[이코노카페] 역시 人事란…

  • 입력 2006년 1월 13일 03시 02분


《엊그제 삼성이 人事를 했습니다. 누군 누구의 형이다, 동생이다… 뒷말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랍니다. 능력이랍니다.

人事얘긴 항상 재밌습니다. 맥주 한 잔 마시면서 하면 더 재밌습니다. 물론 내가 미끄러졌거나 당사자가 그 자리에 없다면요….》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임원 인사는 세간의 관심사입니다.

삼성은 11일 인사에서 한 명을 제외한 사장단 전원을 유임시키고 보직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운명의 시간이 왔다’고 생각했던 일부 계열사 사장들은 ‘대과(大過) 없으면 유임’이라는 그룹 방침에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입니다.

이번 인사에서는 현 정부 실세(實勢)들의 형제가 승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해찬 국무총리의 형인 이해진 삼성서울병원 부원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삼성자원봉사단을 이끕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동생인 천방훈 삼성전자 상무도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당연히 “인사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옵니다. 하지만 삼성 측은 “본인의 능력과 자질 외에 어떤 요인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사장의 승진에 대해 한 지인(知人)은 “7년여간의 부사장 경험을 감안할 때 충분히 사장으로 승진할 만한 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삼성 관계자는 “너무 조용한 성품이어서 활발한 대외활동이 요구되는 자리에 적합할지 모르겠다”며 “삼성의 사장 승진 조건이 아주 까다롭다는 점에 비춰볼 때 실세 총리의 형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귀띔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천 전무는 2003년 삼성그룹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자랑스러운 삼성인상’을 받은 핵심 연구개발(R&D) 인력입니다. 수상 당시 상무로 특진했는데 특진 3년 만에 다시 전무로 승진했습니다.

홍보라인에서는 구조조정본부와 삼성전자에만 승진 임원이 나왔습니다. 그룹 측은 “다른 계열사에서는 승진 대상자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구조본과 삼성전자 외에는 삼성 후자(後者)’라는 뼈 있는 농담까지 있는 삼성이어서 이런저런 뒷말도 나옵니다.

당초 사장 승진이 예상됐던 이순동(부사장) 구조본 홍보팀장은 승진에서 제외됐습니다. 작년에 그룹에 여러 가지 악재가 터져 홍보팀의 마음고생이 심했죠. 그래서인지 구조본과 전자의 홍보라인 승진 임원들도 마음 놓고 웃을 처지는 아니라고 하네요.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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