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 부회장은 이달 3일 새로 상무가 된 신임 간부 5명을 모아놓고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상무 5명을 한꺼번에 바꾸는 대규모 물갈이 인사 직후의 ‘당부’로는 다소 의외였죠.
조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중순 임원들을 불러 모아놓고 “갑자기 나가라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1년 동안은 자리를 봐 주겠다”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임원 7명 중 5명이 사실상 ‘아웃’된다는 통보였습니다. 그것도 새해 업무를 시작한 지 하루 만인 3일 출근하자마자 ‘나갈 사람’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조 부회장이 내세운 퇴출 기준은 ‘근무 연수(年數)입니다. “오래된 사람들은 후배들을 위해 용퇴해 달라”는 주문이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3월 전경련 상근 부회장을 맡았습니다. 당초 임직원들에게 “당분간 인사는 하지 않겠다. 같이 일해 보고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했던 조 부회장은 10개월 만에 왜 전경련 역사상 드문 대규모 임원 교체에 나섰을까요.
인사 후 기자와 만난 조 부회장은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서로 ‘칸막이’를 치고 일하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전경련이 발전하려면 함께 협조하고 같이 일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한데도, 서로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배척하는 분위기도 보이더군요.”
그가 원한 것은 ‘개인 플레이’가 강한 사람보다는 조직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업적보다는 조직 발전을 중시하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조 부회장이 신임 임원들에게 한 첫 부탁이 “열심히 일해라”가 아니라 “같이 많이 어울려라”였던 거죠.
그동안 전경련 내부에서는 보이지 않는 대립과 약간의 파벌이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새 전경련 임원들은 열심히 일하면서 인간적 화합까지 이뤄야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 셈입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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