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株 70만원’ 일일천하로 끝났지만…

16일 처음으로 70만 원을 넘었던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만에 7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17일 삼성전자 종가는 전날보다 9000원(1.27%) 떨어진 69만7000원.

이날 오후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하면서 코스피지수도 덩달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재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증시 전체의 8분의 1 수준이다.

13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에 미치지 못해 최근의 주가 강세는 시장에서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실적 발표 이후 나오고 있는 1분기(1∼3월) 실적에 대한 전망치는 발표 이전보다 낮아졌다.

주가 70만 원 돌파는 올해 3분기(7∼9월)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상반기 전망은 밝지 않지만 올해 전체 실적이 지난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 “상반기만 잘 넘기면 된다”

증권사들은 70만 원 돌파를 전후해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80만 원대로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우리투자증권 박영주 연구원은 “메모리와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보다 감소하겠지만 휴대전화 부문에서 큰 폭의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며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8만 원을 제시했다.

그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 지배력을 강화해 영업이익을 안정시키고 있는 것도 주가의 상승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삼성전자는 직전 분기에 대한 영업이익의 변동률이 작을수록 주가가 많이 올랐다.

미래에셋증권 임홍빈 연구원은 “세계 경기와 차별된 영업이익 추이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와 정보기술(IT) 부문의 독보적 경쟁력이 2008년에는 LCD, 휴대전화 사업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1만 원을 제시했다.

○ “상반기 조정 폭 지켜봐야”

그러나 높은 외국인 지분 등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2004년 4월 7일 처음으로 60만 원을 넘어선 이후 급격히 하락했다. 그해 6월부터 1년 이상 40만 원대를 맴돌다가 지난해 7월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60만 원 선 돌파 당시 외국인 지분은 60.08%였다. 이후 8개월에 걸쳐 외국인 지분이 53.8%까지 줄어들면서 주가는 40만6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17일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은 53.97%.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자사주를 제외하면 외국인 지분은 58%까지 올라간다”며 “해마다 실적 발표 후 뚜렷한 변화를 보이던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가 소폭 매수 우위에 그치고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의 입장에서만 보면 세계의 다른 경쟁업체에 비해 월등히 비싼 삼성전자를 적극적으로 매입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의 삼성전자 주가는 먼 미래의 예상 이익을 앞당겨 반영하고 있으므로 조정을 기다려 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