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열린 채용’ 방식을 도입해 다른 은행과 기업이 이를 도입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던 외환은행에서 나타난 결과다. 과연 ‘열린 채용’은 나이와 학력이라는 장벽을 얼마나 없앴을까.
본보 취재팀은 외환은행이 지난해 ‘열린 채용’으로 뽑은 130명과 옛 방식으로 뽑은 2002년 합격자 328명의 신상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 입사 지원 문턱 낮아져
외환은행의 지난해 ‘열린 채용’은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으로 진행됐다. 면접 때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지원자의 신상명세를 면접관이 모르게 한 채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했다.
2002년 공채도 1차 서류전형, 2차 면접으로 절차는 비슷했다. 다만 ‘1975년생 이후’와 ‘대졸이나 졸업 예정자’라는 제한이 있었고 면접관들이 지원자의 신상명세를 볼 수 있었다.
○ 여성 늘고 명문대 줄고
‘여풍(女風)’이 거셌다. 여성 합격자는 2002년 전체 328명 중 92명(28.0%)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130명 중 61명(46.9%)으로 비율이 크게 늘었다. 특히 30명 선발에 9116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300 대 1을 넘었던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서 17명의 여성이 합격해 남성을 추월하는 ‘이변’이 생겼다.
명문대 출신 합격자 비율은 낮아졌다. 합격자 배출 상위 5개 대학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2년 55.5%에서 ‘열린 채용’ 이후 39.2%로 낮아졌다.
취업정보업체인 인크루트 서미영(徐美英) 상무는 “블라인드 면접을 하면 명문대 출신의 프리미엄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지방대 출신은 변화 없어
지방대 출신 합격자 비율은 2002년 11.2%에서 지난해 10.8%로 큰 차이가 없었다.
합격자 상위 5개 대학의 구성도 비슷했다. 2002년에는 고려대 연세대 서울대 서강대 성균관대 순이었고 지난해에는 고려대 한국외국어대 연세대 서울대 성균관대 순이었다. 서강대 대신 한국외국어대가 들어온 것을 제외하고는 큰 변화가 없다.
지원 자격의 ‘학력 파괴’가 합격자의 ‘학벌 파괴’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서 상무는 “1차 서류전형에서 명문대 출신이 많이 통과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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