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빅뱅’

  • 입력 2006년 1월 19일 03시 22분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중회의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물류지원단이 주최한 ‘종합물류업 인증제 시행에 따른 전략적 제휴 설명회’가 열렸다. 이른 시간부터 전국의 중소 물류업체 대표와 실무자들이 몰려들었다.

강사로 나선 건설교통부 사무관의 설명을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이들은 내용을 꼬박꼬박 수첩에 받아 적었다.

설명이 끝나자 “전략적 제휴를 했는데 인증을 못 받으면 방법이 없나”, “일이 잘못돼 화주(貨主)가 소송을 제기하면 어떻게 되느냐”는 등의 질문이 이어졌다.

국제물류지원단 측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8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연초부터 물류업계가 들썩이는 것은 이달 시작된 ‘종합물류업 인증제’가 큰 폭의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류 빅뱅’의 시작이란 전망도 나온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는 한국이 ‘물류 강국’으로 가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선 해”라고 진단한다.

○‘빅뱅의 핵’ 종합물류업 인증제

종합물류업 인증제는 물류업계의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

이 제도의 핵심은 정부가 시설과 사업 규모, 전문 인력 등 일정 수준 이상인 물류업체에 국가 인증을 주고 이들에게 시설 우선 입주권, 재정 지원 등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것. 기준에 미달하는 중소기업들끼리는 제휴도 가능하다.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거치면 인증업체를 이용하는 화주에게 세금을 감면해 주는 추가 지원도 예상된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기업만을 골라 ‘선별 육성’하겠다는 정책이다.

건교부 물류정책팀 관계자는 “이달 말부터 업체들의 인증 신청이 본격적으로 쇄도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격 요건 미달로 인증을 받지 못하는 업체가 인증업체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인증을 받기 어려운 많은 영세업체는 인수합병(M&A)되거나 퇴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의 크고 작은 물류업체는 지입차주(개인사업자)를 제외하고도 800여 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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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털 물류로의 혁명’ 가속화

이 제도에는 ‘3자 물류’가 가능한 세계적인 물류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3자 물류란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일괄 처리하는 방식.

과거 물류의 개념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것이었으나 3자 물류는 고객사의 재고 관리, 심지어 생산 스케줄까지 조정해 줄 정도로 영역이 확장됐다.

이런 시스템으로 화주들은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물류비용은 국내총생산(GDP)의 12.5% 수준으로 선진국(8∼9%)보다 높다.

대형 물류업체들도 3자 물류 시장을 잡기 위해 이미 치열한 경쟁을 시작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달 초 3자 물류 전문가인 장계원(전 CJ 상무) 씨를 전격 영입했다. 그룹의 숙원인 종합물류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다.

한진해운 박정원 사장도 10일 올해 경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올해 3자 물류 부문에 6690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보다 무려 20배가 늘어난 금액이다.

대한통운은 최근 3자 물류 사업본부를 별도로 출범시켰다.

정부기관인 우정사업본부도 제품의 입고, 보관, 출고, 재고관리와 반품관리까지 대신해 주는 종합물류사업을 벌여 나갈 계획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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