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창업주는 생전에 자동차와 선박을 만드는 쇳물을 전적으로 포스코(옛 포항제철)에 의존해야 하는 설움을 자주 토로했다고 합니다. 1977년에는 현대제철 설립안(案)을 만들어 고로(高爐)제철소 건립에 적극 나섰습니다. 하지만 사업자로 포항제철이 선정돼 광양제철소가 설립되는 걸 보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습니다.
이후에도 제철소 사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정부의 반대에 부닥쳐 수포로 돌아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아쉬워했다고 하네요.
그 뜻은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겨졌죠. 정 회장은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하며 특유의 돌파력을 바탕으로 제철소 건립을 추진해 결국 목표를 이뤄냈습니다. 부친이 제철소 건립 의사를 가진 지 약 29년 만입니다.
특히 정 회장은 호주에 있는 BHP빌리턴사(社)를 직접 방문해 일관제철소에서 사용할 원료를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정도로 강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이로써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현대·기아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작업도 완성 단계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 인수전(戰)에도 뛰어든 상태고요.
현대건설 인수 여부도 관심입니다. 현대차 측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인하지만 재계 일각의 관측대로 옛 현대의 뿌리인 현대건설까지 인수한다면 정 회장은 명실상부하게 ‘현대가(家)’의 영광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최근 정 회장의 경영 능력은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인 50명’ 중 42위에 올랐고 인촌상(仁村賞)도 수상했습니다.
정 회장은 특히 인촌상 수상을 크게 기뻐했다고 합니다. 수상식에 전 가족이 참석했으며 이날 찍은 가족사진을 자택에 걸어 놓을 정도로 뿌듯해했다는 후문입니다. ‘한국경제의 거물’이었던 아버지 정주영 창업주도 받지 못한 인촌상을 받았다는 의미가 남달랐다는 것이죠. 정 회장이 아버지를 넘어서 더 큰 기업가로 우뚝 설지 주목됩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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