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증시 보조 맞추기 ‘원칙’ 깨지나

  • 입력 2006년 1월 23일 03시 03분


《‘검은 금요일’은 한국의 투자자만 울린 것이 아니었다. 20일 한국 증시가 대폭락으로 마감하고 14시간 뒤 뉴욕 증시도 2년여 만의 폭락으로 장단을 맞췄다. 미국 언론은 일제히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며 경악했다. 국내 증시는 지난주 조정을 겪으면서 50조 원이 넘는 시가총액을 날렸다. 그런데 20일 미국 증시의 폭락으로 또 하나의 시한폭탄을 품은 채 이번 주를 맞게 됐다.》

○ 순서가 바뀐 한미 증시 동조화

미국 증시에서 20일(현지 시간) 우량주 위주의 다우지수는 213.32포인트,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54.11포인트 떨어졌다. 각각 2년 10개월, 2년 4개월 만의 최대 하락 폭이다.

이번 미국 증시 폭락이 국내 투자자에게 고민거리가 된 것은 양국의 증시 동조화가 과거와 반대 양상이기 때문.

보통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가 약세를 보이면 뒤따라 떨어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내 증시가 먼저 폭락하고 미국 증시가 따라 떨어졌다.

이런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번 주 국내 증시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과거와 비슷하면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를 따라 이번 주 초 또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지난주 많이 떨어졌고 이것이 미국 증시 하락을 미리 반영했다고 본다면 아닐 수도 있다.

○ 양국 증시 폭락 성격이 다르다

전문가들은 지난주 미국 증시 폭락이 국내 증시에 어떤 식으로든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두 나라 증시는 폭락의 이유가 완전히 달랐다. 따라서 지난주 국내 증시의 폭락이 미국 증시 하락을 이미 반영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한국 증시는 단기 급등에 따른 부담이 하락의 가장 큰 원인. 하지만 미국 증시는 ‘나올 수 있는 악재는 다 나왔다’고 할 정도로 나쁜 소식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GE와 씨티그룹의 실적 악화, 구글의 주가 폭락,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 위협, 국제유가 상승 등이 20일 뉴욕 증시를 한꺼번에 덮쳤다.

특히 미국 기업의 실적 악화는 올해 1분기(1∼3월) 세계경기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확산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어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전문가들 증시 전망 크게 달라

문제는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 폭락의 영향을 얼마나 받느냐 하는 것. 여기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

대신증권 김영익 리서치센터장은 “한미 양국의 동반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지난주를 계기로 양국 증시 모두 조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국제유가 상승과 테러 위협으로 미국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미국 증시는 적어도 9월 초까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당분간 국내 증시는 미국 증시를 따라갈 가능성이 높고 코스피지수가 1,050 선에 닿을 때까지 깊고 긴 조정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자연스러운 조정일 뿐 두려워할 게 못 된다”고 낙관했다.

그는 “지난해 크게 오른 코스피지수는 미국 증시와 전혀 다른 흐름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를 복사해 움직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코스피지수는 아무리 많이 떨어져도 1,250 선은 지키고 이후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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