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3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서초구 서초동 강남사옥 신축 비용으로 5295억 원을 투자키로 해 ‘강남 입성(入城)’을 확정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이 발주해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나머지 2개 동까지 포함하면 서초동 일대에는 2008년 초까지 7700여 평에 3개 동, 연면적 11만7000여 평의 대규모 ‘삼성 강남타운’이 들어서게 된다.
이 타운이 완성되면 2만여 명이 새로 입주하게 되고 인근 유동 인구가 20만 명 이상 늘어나 강남역 일대 상권(商圈)에도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 강남에는 전자, 강북에는 금융
서초동 강남타운이 완공되면 삼성그룹은 강북의 태평로와 함께 두 곳에 ‘집단 사옥’을 보유하게 된다. 태평로 일대에는 삼성 본관, 삼성전자 사옥, 삼성생명 사옥, 중앙일보가 임대한 삼성생명 건물 등이 있다.
삼성전자 이외에 다른 삼성 계열사가 본사 이전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강북 태평로 타운에는 금융 계열사를, 강남 서초동 타운에는 전자 계열사를 입주시키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본사를 둔 삼성물산은 건물이 완공되는 대로 강남으로 옮길 예정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은 강남 건물이 완공돼도 본사를 옮기지 않고 전자 계열사에 임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의 전자 계열사들은 서울 강남과 강북, 경기 수원시 등에 흩어져 있으며 금융 계열사도 카드, 증권, 캐피탈 등이 곳곳에 분산돼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계열 그룹 회의를 위해 차를 타고 장시간 이동하는 일이 많아 불편한 면이 있었다”며 “비슷한 업종 계열사들이 인근에 모여 있으면 시너지를 높이는 데도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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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사옥, 첨단 기능 모두 갖춘다
삼성그룹 강남 사옥 3개 동의 설계는 미국 뉴욕의 IBM 본사 등을 설계한 세계적인 건축회사 콘 페더슨 폭스(KPF)사가 맡았다.
삼성 측은 현재 내부 설계와 기능 등에 대해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정보기술(IT) 분야 업무를 신속하게 다룰 수 있는 화상회의 시스템 등 최첨단 기능을 모두 갖춘 건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남 사옥 전면에는 500여 평 규모의 광장이 만들어지고 3개 동의 지하가 모두 연결돼 복합 오피스단지로 짜여진다. 지하에는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과 유사한 대규모 상가가 들어설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 1∼3층엔 최첨단 전자제품과 삼성전자의 역사를 소개하는 대형 전시실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삼성은 또 삼성전자 사옥에 500명 이상이 참가할 수 있는 대형 회의장을 만들어 그룹 임원 회의실로 활용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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