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주회사 노릇을 했던 미래에셋캐피탈의 역할을 크게 줄이는 대신 창업주인 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중심에 섰다.
박 회장은 이번 지배구조 재편을 위해 736억 원을 들여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
이로써 미래에셋그룹은 박 회장이 거의 모든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되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지금도 박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지만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야말로 빈틈을 찾기 힘든 초강력 1인 지배체제가 구축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증권 상장을 앞두고 지배구조를 재편한 것과 관련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증권 매각설 vs “절대 아니다”
지배구조를 재편하면서 박 회장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하고 있던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투신운용, 맵스자산운용 등 자산운용 3사의 지분을 전량 매수했다. 이로써 그동안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자산운용 3사 등 5개 계열사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던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증권만 거느리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박 회장이 미래에셋증권을 언젠가 팔지도 모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 회장이 그룹의 핵심으로 생각하는 계열사는 자산운용 3사. 박 회장이 핵심인 자산운용 3사를 직속으로 두는 대신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증권은 자유롭게 매각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사장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박 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이 상장되더라도 지분을 절대 팔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이 증권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한 말은 공시 이상의 무게가 있는, 책임 있는 발언으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지분가치는 회계법인이 산정
박 회장은 이번에 미래에셋자산운용 지분 60%를 401억 원, 미래에셋투신운용 지분 45.83%를 129억3800만 원, 맵스자산운용 지분 54.17%를 205억9809만 원에 각각 사들였다.
관심은 매입 가격이 과연 적정한가에 모아지고 있다.
미래에셋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자산운용 3사는 모두 비상장 회사여서 주가를 정확히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박 회장이 비상장 회사라는 점을 이용해 실제 기업가치보다 싸게 지분을 사들였다면 도덕적, 법적 문제에도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분 이동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미래에셋그룹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비상장 계열사의 가치를 산정했고 박 회장은 여기에 맞춰 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 이기동 홍보팀장은 “자산운용 3사를 박 회장 직속으로 둔 것은 다른 계열사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운용사를 만들겠다는 포석”이라며 “지배구조 개편으로 여러 억측이 나오지만 운용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목적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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