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디즈니, 74억 달러에 픽사 인수

  • 입력 2006년 1월 26일 03시 00분


‘그들’은 결국 헤어질 수 없었다.

월트 디즈니사는 10년간 애니메이션 파트너로 손잡고 일해 온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74억 달러(약 7조300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25일 발표했다. 이는 디즈니사가 ‘슈렉’ 시리즈를 앞세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사의 화려한 등장 이후 요동치던 애니메이션계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고자 하는 사전 포석으로 해석된다.

디즈니는 1995년 픽사 스튜디오와 제휴 관계를 맺었는데, 디즈니의 막강한 배급력과 픽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합쳐져 ‘환상의 콤비’가 탄생했다. 이들이 합작품으로 내놓은 ‘토이 스토리 1, 2’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인크레더블’이 연달아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하면서 3D 애니메이션계를 주도해 왔다.

콧대가 높아진 픽사 스튜디오가 지난해 “배급료는 지불하되 흥행 수입은 픽사가 단독으로 차지하겠다”는 새로운 수익 배분 방식을 내놓으면서 양사의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디즈니는 7월 개봉 예정인 ‘자동차(Cars)’를 끝으로 픽사와 결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최근 디즈니는 픽사의 도움 없이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3D 애니메이션 ‘치킨 리틀’을 내놓아 연속 2주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해 ‘홀로서기’에 성공한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로버트 아이거가 디즈니의 새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디즈니는 다시 픽사 매입에 열을 올려왔다.

할리우드에서는 디즈니의 이번 인수에 따라 픽사의 CEO인 스티브 잡스 씨가 개인 주주로는 최대 지분을 확보하면서 디즈니 최고 이사회에 합류한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잡스가 공동설립하고 현재 CEO로 있는 애플컴퓨터와 디즈니가 긴밀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ABC방송을 비롯해 ESPN,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등 디즈니사가 확보한 다양한 공급원에서 쏟아지는 콘텐츠들이 애플이 보유한 ‘아이튠즈’와 같은 디지털 유통망과 결합하면서 막강한 미디어 제국의 자리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