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호막’ 걷어 韓美FTA 길 텄다

  • 입력 2006년 1월 27일 03시 15분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 신우철 공동위원장(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왼쪽)과 영화배우 안성기 씨(왼쪽에서 두 번째) 등 영화인 100여 명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반문화적인 쿠데타”라고 규탄했다. 김미옥  기자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 신우철 공동위원장(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왼쪽)과 영화배우 안성기 씨(왼쪽에서 두 번째) 등 영화인 100여 명은 26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동 한국영화감독협회 시사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을 “반문화적인 쿠데타”라고 규탄했다. 김미옥 기자
정부는 스크린쿼터 축소에 대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FTA 협상 개시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스크린쿼터 축소와 쇠고기 협상이 타결됨에 따라 정부는 공청회가 열리는 다음 달 2일 직후 협상 개시 선언을 할 전망이다.

정부는 “영화계의 반발이 아무리 거세도 스크린쿼터를 재조정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계의 반발로 영화진흥법 개정이 혼선을 빚으면 FTA 협상에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

또 스크린쿼터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도 한미 FTA 협상에 실패한다면 아무 소득 없이 스크린쿼터만 줄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양국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정

재정경제부 이시형(李是衡) 경제협력국장은 “한국 정부로서는 협상 시작을 위한 기반 조성 때문에 ‘스크린쿼터 축소’가 필요했고 미국 정부도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당근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미국 의회로부터 외국과의 FTA 협상 권한을 인정받은 시한은 내년 7월 1일까지다. 이 기간이 지나면 미 의회가 행정부에 부여한 신속협상권(TPA)이 소멸돼 미국 정부로서도 더는 FTA 협상을 할 수가 없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에 “스크린쿼터를 73일로 줄이고 협상을 시작하든지 그렇게 못하겠다면 협상이 힘들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한국 정부의 협상 의지를 의심하는 미국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주장이었다.

한국 정부는 협상의 득실을 따져 본 후 최후통첩을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부 부처 일각에서 “스크린쿼터는 날짜를 갖고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73일’을 받고 안 받고의 문제였다”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스크린쿼터 날짜 자체가 협상 대상인 것처럼 얘기해 오다가 갑작스레 미국의 73일 축소안을 그대로 받아들인 과정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비판이 일고 있다.

○ FTA 협상 2월 초 개시 선언할 듯

외교통상부 이건태(李建泰) 지역통상국장은 “TPA가 내년 7월 1일 만료되므로 3월 말까지는 협상을 끝내야 한다”며 시간이 없음을 강조했다.

미국 정부가 협상 개시 계획을 의회에 제출하면 의회는 통상 3개월 동안 검토 후 협상 개시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2월 초에 협상 개시 선언을 하더라도 협상 시한은 채 1년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FTA 협상이 시작되면 ‘삼계탕 미국 수출’ 등의 구체적 예를 거론하면서 미국시장 진입 확대를 위한 희망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계의 반발이 자칫 정치 또는 사회문제로 비화된다면 미국 의회가 협상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또 법 개정 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스크린쿼터 축소는 한미 FTA 협상의 대장정에서 첫발을 내디딘 것뿐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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