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정부 여당의 부동산정책 토론회에서 나타난 후속 부동산대책의 핵심은 김만수(金晩洙) 청와대 대변인이 밝힌 이 말 속에 함축돼 있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발표 후 잠시 안정세를 보이던 수도권 집값을 지난해 말부터 꿈틀거리게 한 진원지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라고 보고 제도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대단히 강한 어조로 재건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토론 시간의 절반 이상을 이 문제에 할애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정부 여당은 이와 함께 임대주택 확대, 청약제도 개편, 아파트 분양가 추가 인하 등의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 재건축 제도 얼마나 바뀌나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새로운 제도는 지방정부의 재건축 관련 권한 중 일부를 중앙정부가 가져오는 데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건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주변 교통 혼잡이나 환경 오염을 유발할 우려가 있으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 총면적 비율)과 층수를 중앙정부가 직접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 상향 조정 가능성을 내비쳐 집값을 자극했고 결과적으로 8·31대책을 무력화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재건축 시장 대책을 교통정책과 연계해 검토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을 고쳐 △현재 광역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재건축 기본계획 및 정비계획 수립 권한을 중앙정부와 공유하거나 △기초자치단체가 갖고 있는 재건축 안전진단 및 조합설립 허가권을 광역단체로 옮겨 재건축 ‘남발’을 막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아파트를 쉽게 재건축할 수 없도록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고 재건축을 추진할 수 있는 아파트의 연한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한국시설안전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담당하는 안전진단을 민간기관에도 맡겨 요건을 까다롭게 하겠다는 뜻이다. 또 서울시의 경우 1981년 이전에 지은 아파트는 20년 이상 지나면 재건축할 수 있도록 한 현재의 기준을 크게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재건축 후 용적률 증가에 따른 개발이익 중 10∼100%의 개발부담금을 매겨 재건축 시장에 ‘실체적인’ 충격을 주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부 여당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 재건축 단지 주민들 강하게 반발
정부 여당의 잇따른 재건축 규제 강화 추진 소식에 대해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재건축 아파트 주민 남모 씨는 “우리가 죄인이냐”며 “정부의 정책 실패로 집값이 뛰는 건 생각지도 않고 왜 재건축 탓만 하느냐”고 했다.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정부의 후속 대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관망세로 접어들었다.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에는 매수세가 끊겼고 일부 재건축 단지 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들은 하루 새 매도 호가가 크게 떨어졌다. 개포동 주공아파트는 평형별로 1000만 원씩,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는 2000만∼3000만 원 하락했다.
송파구 잠실동 ERA공인 최정희 사장은 “1일 재건축 아파트에 개발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매수 문의가 뚝 끊겼다”며 “재건축 아파트를 산 사람들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느냐는 문의도 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강남지역의 공급 부족 문제가 남아 있는 한 장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잠재우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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