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히운다이’(현대의 미국식 발음)에 술렁이는 해외
지난달 12일 미국 자동차·여행전문지 ‘로드앤드트래블’은 ‘세계의 10대 자동차’ 가운데 세단 부문 1위로 ‘히운다이 쏘나타(NF)’를 선정했다. 디자인과 품질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국 차가 세단 부문에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올해로 발간 10주년을 맞은 이 전문지는 소비자 만족도 조사회사인 JD파워, 자동차 전문기자의 도움을 받아 세단, 스포츠카, 트럭 등 10개 부문별 최고 자동차를 선정한다.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중대형 승용차 ‘그랜저’(미국명 아제라)를 내놓으면서 자동차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공교롭게도 올해는 현대가 미국 시장에 수출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해다.
지난해 12월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의 자동차 전문지들은 잇따른 기획 기사로 현대차의 디자인과 품질을 높이 평가했다.
‘현대차와 디자인은 다른 말이 아니다’(오토웹), ‘현대차, 새 플래그십 세단으로 이미지 제고’(모터트렌드), ‘BMW, 메르세데스에 이어 현대차도 고급차 시장에 출사표’(비즈니스위크), ‘일본은 현대차에 주목하라’(카 앤드 드라이버) 등. 이들 전문지는 한결같이 현대차가 디자인과 품질 면에서 기존 이미지에서 벗어나 럭셔리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갈채를 보냈다.
○세계적 자동차 디자인 회사에 오른다.
![]() |
현대차는 올해 디자인 부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우선 디자인 차별화 전략팀을 신설했다. 최근 신차 발표 때 나오는 디자인 모방설을 물리치고, 현대차만의 캐릭터 구축을 위해 본격적인 전략을 도모하게 된 것.
전략팀장 김성태 차장은 “현재까지 자동차 디자인은 정해진 플랫폼 안에서 무난하고 보편적인 스타일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다”며 “그러나 차세대 자동차는 메이커의 차별화된 개성이 반영된 디자인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1995년 디자인연구실을 연구소로 승격시킨 뒤 세계 정상급의 시설과 인력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연구소 책임디자이너도 전무급 이상 임원으로 승급됐다.
2003년 신축된 남양연구소는 연건평 6000여 평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다. 이 시설에는 차량 7대의 품평회를 동시에 열 수 있는 원형 글래스룸이 있다. 세계 정상급의 가상현실시스템을 통한 디지털 영상품평장은 일본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다.
세계 6대 도시에 있는 디자인연구소는 투입 인력과 규모 면에서 일본 도요타와 맞먹는다. 이는 현대가 아시아 최고 자동차 메이커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도요타를 경쟁 상대로 삼은 결과다.
○‘아이들’ 차에서 ‘어른’ 차로
현대차가 최근 표방하는 마케팅 및 디자인 콘셉트는 ‘It's not your boy's Hyundai(아이들의 현대가 아니다)’.
1980년대 세련된 디자인, 저렴한 가격으로 미국 시장을 잠식해 오던 일본 자동차에 맞서기 위해 100년 전통의 미국 자동차회사 올즈모빌이 내걸었던 캐치프레이즈 ‘It's not your father's Oldsmobile(아버지 세대의 올즈모빌이 아니다)’을 역(逆)으로 발상한 것.
당시 올즈모빌이 중장년층에 어필하던 이미지를 젊은 층에 확산시키고자 한 데 비해 현대는 거꾸로 기존 젊은 층에서 장년층까지 고객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올즈모빌의 디자인이 장년층을 붙들어 두는 데 그쳤다면 현대는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기술 개발로 영역 확장에 성공하고 있다.
김 팀장은 “도요타 렉서스나 닛산 인피니티처럼 고급 브랜드를 런칭하는 것이 앞으로의 전략이 될 것”이라며 “그러려면 현대차만의 캐릭터 라인을 개발해야 하는 등 디자인은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