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가장 강한 곳은 현대산업개발이며 KCC 신세계 효성 대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張德鎭·경제사회학) 교수와 박천웅(朴天雄) 연구원이 외환위기가 온 1997년부터 2003년 말까지 국내 29개 그룹의 소유구조 변화를 분석한 결과다.
장 교수팀은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을 수치(지위비·地位比)로 표시했다. 지위비가 1에 가까울수록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높고, 0에 가까울수록 지배력이 낮다.
장 교수팀이 국내 29개 그룹의 지배력을 2003년을 기준으로 산출한 결과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이 가장 약한 SK그룹은 0.053, 가장 강한 현대산업개발은 0.888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은 0.159로 29개 그룹의 평균 지배력 수치 0.377에 크게 못 미쳐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약한 그룹으로 분류됐다.
또 외환위기가 터진 1997년 상위 23개 그룹의 평균 지배력은 0.431이어서 외환위기 이후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상당히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소유 규제나 상속 등으로 그룹 지분이 분산됐다”면서 “이를 두고 긍정적 또는 부정적이라고 단순하게 평가할 수는 없지만 해외 거대 자본의 공세에 맞설 수 있는 경영권 방어력이 취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李承哲) 경제조사본부장은 “이 연구 결과는 외국 자본의 경영권 장악 시도에 취약한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현실을 여실히 보여 준다”고 평가했다.
이 본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총수 일가의 지분이 현저히 낮아진 결과 그룹들이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에만 신경을 쓸 뿐 중장기 투자를 제때 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룹의 취약한 경영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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