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측은 돈의 용도에 대해서는 정부와 시민단체에 맡긴다고 했지만 꼭 그럴 일은 아니다. 정부와 사회는 기부자 측의 희망을 타진하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몇몇 시민단체가 설칠 일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재계(財界)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사회 공헌에 대한 기업계의 동기(動機) 유발’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이 기금이 소모성 자금으로 쓰인다면 가치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보다는 나라 전체의 장래를 위한 값진 씨앗이 됐으면 한다. 예컨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요한 인재 양성과 기술 발전 등에 쓰였으면 하는 것이다. 또는 대한민국의 바른 진로(進路)와 비전, 장기적 국가전략 등을 심도 있게 연구해 제시할 수 있는 ‘싱크 탱크’의 설립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의 일부를 저소득층을 위해 쓰더라도 나눠 주기 식으로 소진하기보다는 교육 지원을 통해 빈곤의 세습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을 찾아야 한다.
8000억 원을 어떻게 쓸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부 및 시민단체 등의 의식수준과 이른바 ‘코드’도 드러나겠지만 이들이 나눠 갖기 식으로 접근한다면 건전한 기부문화를 꽃피우기 어렵다. 돈을 벌어서 내놓는 쪽이 보람과 명예를 느낄 수 있어야 기부의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기업들이 삼성을 보면서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기업은 열심히 벌어 일자리를 만들고 세금을 내는 것만으로도 애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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