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유장희]세계화지수 29위론 안 된다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의 결과였다. 스위스의 기업사이클연구소(KOF)가 발표한 ‘2006 세계화지수 평가’ 보고서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123개국 중 29위로 나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부문별 순위는 각각 정치 21, 사회 27, 경제 63위였다고 한다.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세계 12위며 무역 규모로 곧 10위권에 진입한다는 한국 경제가 세계화지수에서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 경제가 그동안 양적인 성장에만 급급했지 질적으로 변화에 적응치 못했다는 것을 극명하게 나타낸 것이다. 또한 세계화가 교역과 경제를 선도하고 견인하기는커녕 뒤처진 세계화 수준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꼴이다.

사실 횡적으로나 기간별로나 모두 우려되는 수준이다. 횡적으로는 홍콩 10위, 싱가포르 12위, 그리고 일본 15위와 비교해 보면 크게 뒤져 있다. 또한 최근 7년의 시계열 분석에서도 우리 경제의 투자자유화지수와 기업환경지수표 등에서 매년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가? 세계화, 투자자유화, 기업 환경 등의 요인 변수들이 경쟁국에 비해 낮거나, 최근의 국내 환경 변화가 이들 변수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총생산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액수, 국내 기업 수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기업 수, 평균 관세율, 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등에서 드러난다.

외국인 직접투자의 수준이 경쟁국에 비해 낮은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외쳐 왔으나 7년 동안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예를 들면 아직도 의료 교육 법률 시청각 미디어 부동산 물류 교통 통신 등의 주요 서비스산업에서 외국인 투자가 완전 개방된 것은 없다. 이런저런 국내적 이유로 외국 기업의 진입이 아직도 자유스럽지 못하다. 이에 비해 홍콩 싱가포르 심지어 일본까지도 이를 자유화해 놓고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내국인이나 다름없이 자유스럽게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 있지도 못하다. 언어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 국민의식 중에 외국인 기피증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 이들이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느끼며 살기에는 너무도 어렵다.

우리의 제조업 제품 평균 관세율은 아직도 8% 선에 머물고 있다. 싱가포르(0%), 홍콩(0%), 일본(3.8%)에 비해 너무 높다. 이런저런 비관세 장벽이 높기로 이름나 있는 것은 더는 설명이 필요 없어 보인다.

FTA를 얼마나 많은 나라와 체결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면 말문이 막힌다. 우리는 칠레와만 FTA를 맺고 있으며 최근 싱가포르와 협상을 마쳐 3월 2일부터 발효된다.

“세계화지수, 투자자유화지수, 기업환경지수가 낮으면 어떤가. 기술개발 열심히 하고 경쟁력을 키워 수출만 꾸준히 해 나간다면 되지 않겠느냐”라고 물을지 모른다. 천만의 말씀이다. 이러한 지수들이 바로 우리 경제의 국내 경쟁력을 나타내는 데 직결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는 기술개발이며 경쟁력 제고가 될 수가 없고 머지않아 수출도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우리가 열망하는 선진국으로의 진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세계화의 완성을 위해 정책적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사실 지난 수년 동안 결론도 없는 이념 대립에 몰두하느라 우리 경제의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는 일에 소홀히 했던 점도 없지 않았다. 세계 10대 경제권에 진입할 날이 머지않은 한국 경제가 세계화의 이점을 목전에 두고 머뭇거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시대착오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유장희 이화여대 대외부총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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