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그룹의 미생물을 이용한 유해물질 제거 기술은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국산차의 새차증후군 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어서 다른 자동차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통-안구자극 새차증후군 “굿바이!”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제작 회사인 현대다이모스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팀에 의뢰해 미생물로 가죽과 시트 소재로 쓰이는 우레탄폼을 가공한 친환경 시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교수는 “수십 종류의 미생물을 배양한 뒤 시트 가죽과 우레탄폼에 처리해 냄새와 각종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기존 살균 처리와는 다르다”면서 “특허 출원을 앞둔 신기술”이라고 밝혔다.
현대다이모스는 이 기술을 이르면 올해안에 2~3개 차종에 우선 적용한 뒤 생산 차종을 늘려 가기로 했다.
또 가죽과 우레탄폼뿐 아니라 각종 플라스틱 부품에도 미생물을 이용해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건교부는 지난달 국산 일부 새 자동차에서 포름알데히드나 에틸벤젠 등 유해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며 새차증후군 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수입 자동차의 유해 물질 배출 실태도 조사해 발표하기로 했다.
자동차 시트에 쓰이는 가죽과 우레탄폼은 염색 과정에서 화학약품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냄새가 심할 뿐 아니라 두통, 안구 자극을 유발하는 새차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현대다이모스 측은 “이 기술로 염색하면 화학제품을 기존 사용량의 60∼70%만 사용해도 같은 색상을 낼 수 있어 생산 단가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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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냄새 없애라” 지시
현대차그룹의 ‘상테카 프로젝트’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몇 해 전 국제모터쇼에 참석했다가 외국산 차의 차창은 모두 닫혀 있는데 현대차가 출품한 차의 창문만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담당 직원은 “냄새가 많이 나 관람객이 불쾌하게 느낄까봐 냄새를 빼려고 창을 열어 뒀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새 차의 냄새를 없애는 연구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뒤 사장단 회의에서 여러 차례 이를 챙겼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새 차에 방향제나 탈취제를 부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지난해 9월 이중우(현 고문) 당시 현대다이모스 사장이 직접 서울대 연구팀에 의뢰해 5개월간의 노력 끝에 해결책을 찾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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