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와 BT가 만났을때…“미생물, 새車 냄새 맘껏 먹어다오”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9분


《냄새가 심하면 두통까지 유발하는 ‘새차증후군’이 없는 차를 만들 수는 없을까.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이런 자동차를 개발해 이르면 올해안에 생산하기로 했다. 새차증후군을 유발하는 유기화합물을 미생물로 제거하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생명공학기술(BT)을 자동차 기술과 접목한 ‘상테카’(sante car·건강을 고려한 차)인 셈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미생물을 이용한 유해물질 제거 기술은 건설교통부가 지난달 국산차의 새차증후군 관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어서 다른 자동차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통-안구자극 새차증후군 “굿바이!”

현대차그룹 계열 부품제작 회사인 현대다이모스는 서울대 자연과학대 생명과학부 이은주 교수팀에 의뢰해 미생물로 가죽과 시트 소재로 쓰이는 우레탄폼을 가공한 친환경 시트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이 교수는 “수십 종류의 미생물을 배양한 뒤 시트 가죽과 우레탄폼에 처리해 냄새와 각종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으로 기존 살균 처리와는 다르다”면서 “특허 출원을 앞둔 신기술”이라고 밝혔다.

현대다이모스는 이 기술을 이르면 올해안에 2~3개 차종에 우선 적용한 뒤 생산 차종을 늘려 가기로 했다.

또 가죽과 우레탄폼뿐 아니라 각종 플라스틱 부품에도 미생물을 이용해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기술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건교부는 지난달 국산 일부 새 자동차에서 포름알데히드나 에틸벤젠 등 유해 물질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며 새차증후군 관리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건교부는 수입 자동차의 유해 물질 배출 실태도 조사해 발표하기로 했다.

자동차 시트에 쓰이는 가죽과 우레탄폼은 염색 과정에서 화학약품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냄새가 심할 뿐 아니라 두통, 안구 자극을 유발하는 새차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현대다이모스 측은 “이 기술로 염색하면 화학제품을 기존 사용량의 60∼70%만 사용해도 같은 색상을 낼 수 있어 생산 단가도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회장, “냄새 없애라” 지시

현대차그룹의 ‘상테카 프로젝트’는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몇 해 전 국제모터쇼에 참석했다가 외국산 차의 차창은 모두 닫혀 있는데 현대차가 출품한 차의 창문만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담당 직원은 “냄새가 많이 나 관람객이 불쾌하게 느낄까봐 냄새를 빼려고 창을 열어 뒀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새 차의 냄새를 없애는 연구에 착수하라고 지시한 뒤 사장단 회의에서 여러 차례 이를 챙겼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새 차에 방향제나 탈취제를 부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다가 지난해 9월 이중우(현 고문) 당시 현대다이모스 사장이 직접 서울대 연구팀에 의뢰해 5개월간의 노력 끝에 해결책을 찾았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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