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의 청약통장 가입자가 서울 강남권에 버금가는 곳에 살기 위해 신발 끈을 조이고 있다. 경쟁률은 일반 1순위의 경우 1000대 1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판교신도시 부지를 가보니 아직 삽도 뜨지 않았지만 그럴 가치가 있어 보였다. 운중천이 도시를 동서로 가르고 북쪽에는 청계산, 한가운데는 금토산 공원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친환경적인 입지가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면 강남권에서 10분이다.
하지만 과연 판교는 장점만 갖춘 청약 대기자들의 지상 낙원일까?
지난 2년 동안 ‘판교발 부동산 광풍’에 혼쭐난 정부가 마련한 각종 장치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우선 분양권 전매금지 기간.
3월에 분양되는 25.7평 이하 아파트는 분양받은 뒤 10년 동안 팔 수 없다. 8월 분양되는 중대형 아파트는 5년이다. 이혼, 해외 이주 등으로 그전에 팔더라도 개인적 계약은 금지되고 대한주택공사에 팔아야 한다. 시세차익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10년이면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짐작조차 어려운 ‘긴’ 기간이다.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모델하우스도 각종 마찰이 잠복해 있다. 정부는 기존 모델하우스에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는 장면이 공개되면 ‘투기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며 사이버 모델하우스를 마련했다.
정부는 집 고르는 데 필요한 웬만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하지만,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코웃음을 친다. 분양 후 실제 아파트 품질이 조금이라도 다르면 주민들의 집단 민원이 빗발칠 게 뻔하다는 것이다.
처음 도입되는 인터넷 청약 역시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
청약을 위한 인터넷 회선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하지만 일시에 청약이 몰려 시스템이 다운될 수 있고, 그 순간 청약을 하던 사람들은 관련 정보를 다시 입력하는 등의 수고를 감내해야 한다. 일부 청약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 관심이 쏠린 판교로 가는 길, 그리 쉽지 않다.
이승헌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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