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건설교통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건교부가 생애 최초 대출의 금리를 변동금리라고 밝힌 데 대해 비판 글이 쏟아졌다. 건교부가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억울하고 원통하네’라는 ID의 누리꾼은 “이게 웬 날벼락이냐? 변동금리라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고 했다.
ID ‘합법적 사기다’는 “누구나 생애 최초 대출을 고정금리로 알고 있었고 정부나 은행 모두 이의를 달지 않았는데…”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해 11월 생애 최초 대출을 시작할 때 건교부는 대출금리가 고정인지 변동인지를 밝히지 않고 ‘연 5.2%’라고만 표현했다. 그러다 22일 ‘변동금리’라는 문구를 슬그머니 집어넣었다.
건교부는 “국민주택기금을 재원으로 한 대출은 정부의 기금 운용 계획이 바뀌면 조정될 수 있는 ‘정책금리’여서 변동금리라고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은행권 관계자는 “상품에 ‘연 몇%’라고 금리를 명시하면 고정금리로 이해하는 게 당연하다”며 “만약 변동금리라면 어디에 어떻게 연동되는지 밝히는 게 상식”이라고 지적했다.
회사원 권모 씨는 지난해 12월 우리은행에서 생애 최초 대출로 1억1000만 원을 고정금리로 빌렸다.
그는 “은행 창구 직원들도 고정금리여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며 본보에 ‘대출거래 약정서’ 사본을 보내왔다. 이 사본에는 대출이자율이 ‘고정이율’로 선택돼 있고 ‘만료일까지 연 5.2%’라는 이율이 명시돼 있다. 권 씨는 “실제로 금리를 올린다면 피해자들을 모아 소송을 내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올해 1월부터는 생애 최초 대출의 대출거래 약정서에 ‘변동금리’라고 명시해 문제점을 없앴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1만7000여 가구가 9500억 원의 생애 최초 대출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고정금리 대출이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본보 취재 결과 일선 은행 창구에서는 아직도 고객들에게 “생애 최초 대출은 사실상 고정금리”라고 안내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건교부 송석준(宋錫俊) 주거복지지원팀장은 “창구를 통해 대출할 때 변동금리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도록 은행 측에 1월경부터 요구해 왔다”며 “고객에게 고정금리라고 했다면 이는 명백한 은행 측의 과실”이라고 말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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