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빌이 틀렸다? 거래량 감소속 주가 상승…전망은엇갈려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8분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

유명한 기술적 분석가 조지프 그랜빌이 만든 이른바 ‘그랜빌의 법칙’이다.

거래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주식을 사는 새로운 투자자가 늘어난다는 것.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주식을 사는 사람이 늘어나니 자연히 주가도 오른다는 것이 그랜빌 이론의 요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증시는 그랜빌의 법칙이 잘 들어맞지 않는 모습이다.

1월 한때 7조 원에 육박하던 하루 거래대금이 최근 3조 원대로 급감했고 1월까지 5억 주를 오르내리던 하루 거래량도 지난달 28일 2억9610만 주로 주저앉았지만 코스피지수는 꾸준히 상승하며 1,370선을 회복했다.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양하다.

우선 거래대금 감소가 기관투자가의 소극적인 매매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까지 한국 증시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기관투자가들이 올해 들어 거래를 부쩍 줄이고 있다는 것.

작년만큼 새로운 자금이 기관, 특히 투신권으로 들어오고 있지 않기 때문이며 이런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이 해석이 옳다면 ‘거래량은 주가에 선행한다’는 그랜빌의 법칙에 따라 국내 증시의 상승세도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는 예상이 가능하다.

굿모닝신한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주식형 펀드로 자금이 유입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돼 단기적으로는 증시가 강한 반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거래대금 감소가 큰 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무엇보다 1,370선인 현 지수대가 상대적으로 ‘매물대’가 얇은 구간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 매물대란 과거 지수가 그 수준일 때 이뤄졌던 거래량을 말한다.

과거 지수 1,370선에서 거래가 활발했다면 지수가 하락했다가 다시 1,370선에 오른 지금도 거래가 크게 늘어나야 한다는 게 매물대의 논리이다. 왜냐하면 1,370선에서 주식을 샀다가 주가 하락을 겪은 투자자들은 다시 지수가 1,370선에 도착하면 ‘본전’을 건진 셈이고 대부분 투자자들은 이렇게 본전을 건지면 주식을 파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

그런데 실제로는 과거 지수 1,370대에서도 거래량이 많지 않았다. 매물대가 두껍지 않기 때문에 최근의 거래대금 감소는 당연한 현상이라는 것.

동양종합금융증권 정인지 연구원은 “과거에도 주가 단기 상승 국면에서 거래대금이 크게 줄어든 적이 종종 있었다”며 “오히려 거래대금이 저점(低點)을 찍고 증가 추세로 돌아서면 주가도 강하게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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