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방어 때문에…” 韓銀 작년 1조8775억 적자

  • 입력 2006년 3월 7일 03시 09분


한국은행이 지난해 2조 원 가까운 사상 최대 적자를 내 세수 부족에 허덕이는 정부의 주름살이 늘어나게 됐다.

한은은 6일 회계결산 결과 지난해 적자가 사상 최대인 1조8775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한은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9년 연속으로, 특히 1997년 이후에는 매년 조(兆) 단위 흑자를 냈다. 하지만 2004년 1502억 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한은은 외화자산 운용 등을 통해 7조48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반면 9조3600억 원을 썼다. 달러당 원화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달러화를 대거 사들였고 이때 풀려 나간 통화를 흡수하느라 통화안정증권 발행을 늘리는 바람에 지난해 통화안정증권 이자로만 6조1400억 원을 지급했다.

지난해 말 현재 통화안정증권 발행 잔액은 155조2000억 원으로 1년 새 12조4000억 원이나 증가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원화 가치 상승)해 원화로 환산한 외화자산 운용 수익이 줄었고 국제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하는 바람에 채권 매매 손실도 컸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도 상황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 1조8000억 원 정도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 ‘효자 노릇’을 하던 한은이 자칫 정부 도움을 받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그동안의 흑자로 법인세를 낸 뒤 이익금의 10%만 내부에 적립하고 나머지를 모두 정부에 납부했다. 2003년 말 5조8500억 원이던 한은의 내부 적립금은 지난해 말 3조8000억 원대로 줄었다.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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