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 “게임 한번 해볼까?”…지난해 국내시장만 5조규모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요즘 “웬만한 중소기업 하나보다 낫다”는 얘기를 듣는 영화 ‘왕의 남자’. 관객 수 1200만 명에 맞춰 계산하면 이 영화의 총매출액은 840억 원이다.

그러나 엔씨소프트가 199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 ‘리니지1’의 누적 매출액은 6500억∼7000억 원에 이른다. 후속작인 ‘리니지2’까지 합치면 ‘왕의 남자’의 10배가 넘는 9000억 원에 육박한다.

‘왕의 남자’는 얼마 후면 극장에서 막을 내리지만 리니지는 다르다. 지금도 1인당 월 3만 원가량의 게임 사용료가 매출로 계속 쌓이고 있다. 게임 산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된다. 더는 100원짜리 동전이나 긁어모으는 동네 전자오락실의 게임이 아니다. 대기업들도 관심이 많다.

○‘굴뚝기업’도 속속 진출

KT의 자회사인 KTH는 지난해 이 회사 인터넷 포털사이트 ‘파란닷컴’에 온라인 농구게임 ‘프리스타일’ 서비스를 본격 개시했다.

이 게임은 두 달 만에 동시 접속자가 7만 명을 돌파하는 ‘빅히트’를 쳤다. 지금까지 누적 가입자는 무려 580만 명. 자연스럽게 게임 포털사이트 순위도 5위로 치솟았다.

대기업들의 게임 참여는 이처럼 자회사나 계열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KT는 KTH, SK는 SK C&C, CJ는 CJ인터넷을 이용하는 식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인터넷 통신망 또는 엔터테인먼트 사업 역량을 그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전통적 ‘굴뚝 기업’으로는 효성과 대성그룹이 돋보인다.

대성그룹은 최근 계열사인 바이넥스트창업투자를 통해 모두 200억 원의 게임 전문 펀드를 조성했다. 이 돈을 국내 업체의 게임 개발에 투자할 계획이다.

효성의 계열사인 텔레서비스는 다음 달 중 온라인 게임 ‘미끄마끄 온라인’을 배급한다.

○기술+자금-유통망 결합

게임 산업의 덩치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5조 원에 육박했다.

잘나가는 게임을 갖고 있는 업체의 이익률은 일반적으로 30%를 웃돈다. 작은 아이디어만으로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매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된 기업 이미지를 벗고 게임의 주 소비층인 10, 20대에게 제품 및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으로 적절하다.

게임산업개발원 홍유진 산업정책팀장은 “최근 개발비가 100억 원이 넘는 게임이 많아지면서 자본력이 요구되고 있다”며 “게임 산업이 초창기의 실험 단계를 지나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대기업 참여가 가속화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들은 아직 소프트웨어 개발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영세하지만 실력 있는 게임 개발업체와 제휴해 배급을 담당하는 방식으로 끼어들고 있다. 게임 개발업체의 기술력과 대기업의 풍부한 자금력 및 유통망을 결합하는 셈이다.

○그러나 만만치는 않다

흥미로운 사실은 ‘리니지’, ‘스타크래프트’ 등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게임 대부분이 시판된 지 2∼3년 된 ‘장수 게임’이라는 점이다. 그만큼 신규 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뜻이다.

게임업계에서는 기획하는 게임 100개 중 1, 2개만이 시장에서 제 몫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창 개발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해체하는 팀이 부지기수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임원재 사무국장은 “흥행에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며 “보수적 분위기의 대기업이 이를 얼마만큼 감당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열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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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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