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골프 파문]주가조작 처벌 회사에 투자 상식밖

  • 입력 2006년 3월 8일 03시 05분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골프를 친 기업인 Y 씨 소유 Y기업에 대한 한국교직원공제회의 투자는 적절한 것이었을까.

‘불공정 매매, 시세 조종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종목’에는 투자할 수 없다는 교직원공제회의 투자지침이 확인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Y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돼 실형을 살았기 때문이다.

  이해찬 총리 ‘3·1절 골프’ 파문

교직원공제회 측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반응이지만 다른 전문가들의 얘기는 다르다.

○ 주가조작 회사에 투자한다?

기업의 내용과 실적을 떠나서 대표이사가 자신이 소유한 회사의 주가를 조작해 실형을 살았다면 기관투자가는 이 회사에 투자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한 은행 펀드매니저는 “실적이 예외적으로 좋은 경우가 아니면 최고경영자(CEO)가 주가 장난을 친 회사에 투자하지는 않는다”며 “위험을 안고 투자하지 않아도 될 만큼 다른 투자 대상이 많다”고 말했다.

교직원공제회는 분명한 투자 제한 규정을 갖고 있다. 불공정 매매나 시세 조종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종목이나 관리대상 종목, 화의 또는 워크아웃 등 투자유의 종목에 대해서는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교직원공제회 장용남 투자1팀장은 “최근 1년이 아닌 과거의 일까지 소급 적용하면 어떤 종목에도 투자하기 어렵다”며 “투자시점 기준 직전 1년간 Y기업은 대주주 지분 변동이나 주가조작 흔적이 없었고 수익도 좋아지고 있어 투자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주가조작은 2000년부터 2001년 사이에 이루어졌고 Y 씨가 형을 살고 출소한 시기는 2003년 1월이므로 1년을 넘어 문제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하지만 과거의 전력을 ‘최근 1년’으로 국한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 어떻게 투자 대상으로 선정했나

교직원공제회는 현재 Y기업, 하림, 유진기업 등 3개 ‘유망 중소형주’와 대형주 등 모두 75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다.

장 팀장은 “당시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올라 내수주가 괜찮을 것으로 보고 8명으로 구성된 투자전략위원회에서 유망 중소형주 20개를 뽑았다”며 “그중 이미 투자하고 있던 기업 등을 제외하고 13개를 추렸고, 사내 리스크관리팀의 검증을 거쳐 Y기업 등 3개사에 투자했다”고 말했다.

Y기업은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한 번도 분석한 적이 없는 종목이다. 이 때문에 교직원공제회가 어떻게 종목을 발굴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교직원공제회를 제외하고는 어떤 기관투자가도 Y기업에 5% 이상 투자한 적이 없다.

교직원공제회 측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보통 대형주를 분석하므로 중소형주를 고를 때는 실무진에서 재무제표 등을 보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며 “Y기업의 경우 우리 판단이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 나중에 대형 증권사에 종목 분석을 의뢰해 보고서를 받아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교직원공제회가 투자한 기업 중 지분이 5%를 넘는 기업은 인수합병(M&A)을 위해 지분을 사들인 삼양식품(27.77%)을 비롯해 하이트맥주(9.44%), Y기업(7.96%) 3곳이다.

삼양식품과 하이트맥주는 잘 알려진 대형주이므로 유망 중소형주 가운데서는 유독 Y기업에만 많은 투자를 한 셈이다. 더구나 하이트맥주는 전환사채 인수 방식으로 교직원공제회가 사실상 자금을 빌려준 형식이어서 순수한 주식투자는 아니었다.

○ 주식 매매 행태가 이상하다

교직원공제회는 지난해 5월 3일 처음으로 Y기업 주식을 3만 주 사들였다. 매입단가는 평균 2452원. 이후 28차례에 걸쳐 주식을 사들이고 6차례에 걸쳐 팔면서 총 10억3700만 원 상당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기관투자가는 통상 장기투자를 한다. 따라서 주가가 쌀 때 편입비중을 높이고 비쌀 때 팔아 편입비중을 낮추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7월 20일부터 10월 13일 사이에는 이런 원칙이 들어맞지 않는다.

주가가 7월 20일 5250원에서 8월 30일 3160원으로 거의 반 도막이 났을 때나, 이후 다시 반등해 10월 13일 5240원이 될 때까지 18차례에 걸쳐 꾸준히 사 모으기만 했다.

○ 투자할 가치는 있었는가

우선 배당만으로 보면 Y기업은 투자매력이 있는 회사라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2004년 시가배당률은 6.4%(75원)였다. 2005년 배당률은 3.95%(150원)로 결정됐으며 주주총회 통과 절차만 남아 있다. 올해 교원공제회가 받을 것으로 보이는 예상 배당금은 2억4820만 원. 7일 Y기업의 종가(3025원)로 계산하면 배당률은 4.96%로 높아진다.

지난해 Y기업의 수익성은 크게 좋아졌다. 2005년 매출액은 704억1900만 원으로 전년보다 3.9%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81억3957억 원으로 전년보다 152.5%, 당기순이익은 12억8700만 원으로 45.2% 늘었다.

한 펀드매니저는 “이 정도 배당수익률이라면 투자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Y기업의 배당금 총액은 31억2000만 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62억8700만 원)의 49.6%나 된다.

하지만 Y기업은 제과 제빵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내부 유보금이 많이 필요한 상태이기 때문에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이번 부적절한 골프 사건이 보도되면서 주가가 계속 떨어져 Y기업에 대한 교직원공제회의 투자는 7일 현재 앞으로 받을 배당금을 감안하더라도 12억6140만 원의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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