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막강 구조조정본부’ 8년만에 축소개편

  • 입력 2006년 3월 9일 03시 00분


《삼성그룹의 방향타를 조종하던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전략기획실로 축소 개편됐다. 그룹 최고 의결기구인 ‘삼성구조조정위원회’의 명칭도 ‘전략기획위원회’로 바뀌며 위원 수가 11명에서 9명으로 줄었다. 이로써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삼성이 비서실을 재편해 탄생시킨 구조본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됐다. 하지만 기능 축소에도 불구하고 기본 역할까지 줄어들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계열사 경영간섭-감사기능 축소

삼성그룹은 8일 “미래전략 수립과 계열사 자율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구조본의 명칭을 전략기획실로 바꾸고 기존 1실 5팀 체제를 전략지원팀, 기획홍보팀, 인사지원팀 등 3팀 체제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그룹 지배구조와 미래사업 전략을 총괄하던 재무팀과 계열사 경영 현황을 감사하던 경영진단팀이 전략지원팀으로 통합됐다. 구조본 2인자였던 김인주(전 구조본 차장) 사장을 팀장으로 하고 부사장급인 최광해 재무팀장은 경영지원 업무를, 최주현 경영진단팀장은 경영진단 업무를 각각 맡는다. 이 두 팀의 통폐합으로 계열사에 대한 경영 간섭과 감사 기능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대외 업무와 정보 업무를 총괄하던 기획팀과 홍보팀은 기획홍보팀(팀장 이순동 부사장)으로 재편되며 장충기(부사장) 기획팀장은 이 부사장 아래에서 기획 업무를 계속 맡는다.

인사팀은 인사지원팀(팀장 노인식 부사장)으로 이름만 바뀐다. 또 구조본에 속했던 법무실을 삼성사장단협의회 산하로 이관해 계열사의 법률자문 업무만 맡도록 했다. 전략기획실 인원은 올해 초 인사를 통해 147명에서 99명으로 이미 33% 줄였기 때문에 추가 감축은 하지 않기로 했다.

○ 막 내린 삼성구조본 시대

그동안 구조본은 순기능이 적지 않았지만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편법 경영권 승계를 총괄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게 받았다. 또 계열사 경영에 지나치게 간여해 그룹 내부에서 불만을 사기도 했다.

결국 삼성은 구조본 개편을 통해 기업 경영 본연에 충실하고 자성(自省)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신생 전략기획실 역시 이학수 부회장이 지휘하고 팀장도 기존 구조본 인물들이 맡아 그룹을 지휘하는 근본 역할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개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리틀 이학수’로 불린 김인주 사장이 전략지원팀장으로 위상이 낮아진 것. 김 사장은 논란이 된 이건희 회장 자녀의 에버랜드, 삼성SDS 주식 배정 등 경영권 승계 작업을 사실상 총괄했다.

○ 구조조정위도 개편

삼성은 구조본 개편에 맞춰 삼성구조조정위원회의 명칭을 전략기획위원회로 바꿨다. 위원 수도 2명 줄였다. 기존 위원 중 이윤우 부회장과 황창규 최도석(이상 삼성전자) 사장, 배정충(삼성생명) 사장을 빼고 김순택(삼성SDI) 사장, 이종왕(전 법무실장) 고문을 새로 선임했다.

이수창 삼성화재 사장과 유석렬 삼성카드 사장이 유임되고 그룹 대표 금융 계열사인 삼성생명 배 사장이 빠진 것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 법률고문이 새로 전략기획위원에 포함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그룹과 계열사의 복잡한 현안이 법률적 문제와 연관된 것들이 많아 여전히 이 고문의 역할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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