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점수로는 인천공항이 1위를 차지했지만 부문별로 보면 서비스는 창이 공항, 화물은 첵랍콕 공항이 인천공항을 앞섭니다. 또 허브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공항 내 상업시설은 영국 히스로 공항이 1위입니다. 경쟁 공항의 우수한 부문을 주목하면서 꾸준히 벤치마킹하고 있습니다.”
이 사장은 ‘세계 초일류 허브 공항’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고 강조한다.
“1, 2대 사장이 공항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잘 갖춰 놓았기 때문에 세계 최고 공항을 만드는 일에 주력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008년 완공될 2단계 건설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면서 물류 허브와 공항복합도시 조성에 모든 힘을 쏟고 있어요.”
이 사장은 민간 경영인 출신이다. 공인회계사로 하얏트리젠시호텔 서울 관리이사, TNT 익스프레스 한국지사장과 동북아시아 지역 사장을 지냈다.
기업의 경험을 살려 경영 혁신과 신규 사업 추진에 과감하다는 평. 지난해 7월 취임한 뒤 5개월 만에 조직 개편을 마무리했다. 이어 30여 개 부문별 사업을 확정한 ‘비전 2010’을 발표했다.
또 125개 직위를 92개로 줄이고 실질적인 팀제를 운용하기 위해 1급 처장직을 없앴다. 이 과정에서 1급 이상 처장 40여 명이 명예 퇴직했다. 1급 이상 간부의 계약직 전환, 상여금의 성과급 전환, 임금피크제 도입 등 변화가 끊이지 않았다.
자신의 구상대로 내부 전열을 어느 정도 가다듬었다고 판단하는 이 사장은 요즘 신규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 사장은 “3년 연속 서비스 품질 면에서 1위를 차지했던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공항은 3단계 확장사업과 동시에 공항복합도시 건설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의 진정한 경쟁 상대로 외형적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 상하이(上海) 시의 푸둥(浦東) 공항이나 광저우(廣州) 시의 바이윈(白雲) 공항이 아니라 두바이 공항을 지목했다.
‘중동의 싱가포르’로 떠오르는 두바이에 밀리지 않으려면 공항 주변지역 개발이 시급하다고 이 사장은 말한다.
인천공항은 동북아 물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위한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59개 항공사가 39개국 125개 도시를 취항하면서 화물처리량이 세계 3위(연간 214만 t)이고 여객은 10위(연간 2600만 명)이다.
제3, 4 활주로와 여객터미널이 들어서면 2020년까지 여객 1억 명, 화물 700만 t을 소화할 수 있다.
이 사장은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 역할을 하도록 인천공항 인근의 자유무역지역 면적을 63만 평에서 244만 평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페덱스, TNT 등 다국적 종합물류업체와 항공기 제작사, 저가 항공사, 국제항공기구, 첨단산업체를 유치할 계획이다.
공항 시설 중 아직 손대지 않은 활주로 주변 500여만 평의 개발 계획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다.
이 사장은 “공항 유휴지에 두바이, 홍콩,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버금가는 휴양도시를 만들려고 한다”며 “패션단지, 수상스포츠단지, 국제의료센터, 외국인 전용 고급별장을 조성하기 위해 해외 투자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국적 회사에서 10억 원대의 연봉을 받던 그는 인천공항 사장으로 오면서 연봉이 2억 원으로 줄었지만 일하는 즐거움을 낙으로 삼는다고 자랑한다.
이 사장은 “장수에게는 싸울 수 있는 전쟁터가 있어야 좋은데, 그동안 쌓은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자리에 있어 행복하다”며 “공항복합도시 건설사업이 성공하면 인천공항이 한국을 30∼40년간 먹여 살릴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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