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1977년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구상했던 회사의 이름.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은 ‘현대제철이 고로(高爐·용광로)를 건설하는’ 부친의 꿈을 이룬 셈이다.
현대제철은 2010년 연산 350만 t 규모의 고로를 건설한 뒤 이듬해 다시 350만 t의 생산설비를 추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의 고로 사업 진출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라는 의견과 ‘자칫 그룹 전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사업’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갈린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대부분 ‘익명’을 요구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합리적 투자인가, 무리한 도전인가
철강업계를 분석하는 한 연구기관 전문가는 12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계 철강업계가 구조조정 국면인 데다 국내 철강재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설비를 늘리는 것은 위험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그룹은 500만∼600만 t의 열연 강판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자급자족이란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며 “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본다면 아직 한국에는 일관제철소가 많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투자 규모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대제철은 투자비를 5조 원으로 잡고 50%는 자기 자본으로, 나머지는 외부 차입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미래에셋 증권은 최근 “현대INI스틸(현대제철)의 투자가 5조 원을 넘지 않는다면 t당 투자비 800달러, t당 기대이익 267달러로 1992년 완공된 포스코 광양제철소 3, 4기(현재 환율로 환산한 t당 투자비 1153달러, t당 기대이익 270달러)와 비교해도 합리적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다른 애널리스트는 “현대제철이 2조5000억 원을 자체 조달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자금 차입이 차질을 빚는다든가 예상치 못한 사태로 건설비가 5조 원을 넘으면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판매 확대와 철강 품질이 관건
전문가들의 의견은 결국 현대·기아차의 판매 확대와 철강 품질이 일관제철소 사업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라는 데 모아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성공 전제조건은 현대차 그룹의 자동차 생산량이 ‘글로벌 톱 5’까지 올라가는 것”이라며 “500만∼600만 대 생산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룹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해 생산량 7위로 약 355만 대를 생산했다.
현대제철의 품질 경쟁력에 대해서는 “독일과 일본의 기술 도입을 검토하고 있어 문제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관제철소 진출 논란에 대해 김종헌 현대제철 상무는 “현대차그룹의 일관제철소는 신사업 진출이라기보다 사업영역 확장으로 봐야 한다”면서 “원화가치 상승으로 당초 계획했던 5조 원보다 투자비가 덜 들어갈 수 있어 충분히 자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 철강재 가격은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2010년 이후의 시황은 아직 알 수 없지만 현재 일관제철소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는 다소 호재로 분석된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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