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열린우리당에 따르면 여당과 재계 대표들은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대회의실에서 대규모 세미나를 하기로 합의했다. 세미나에는 열린우리당에서 정동영 당의장을 비롯해 김한길 원내대표, 강봉균(康奉均) 정책위의장 등 10명 이상의 현직 의원이 참여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의 강신호(姜信浩) 회장과 조건호(趙健鎬) 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그룹 대표, 계열사 CEO 등 2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2명 안팎의 대기업 CEO는 이날 세미나에서 강연도 할 예정이다.
전경련 측은 “집권 여당과 재계가 기업 현안을 놓고 공식적으로 대규모 세미나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강 정책위의장이 전경련 측에 요청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세미나에서 △출총제 등 각종 규제의 문제점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대비책 마련 필요성 △기업 투자 현황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필요성 등 재계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 외에도 최근 여당의 대기업 정책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 기업 규제와 관련한 여당 의원들의 자료 요청이 크게 늘었으며 여당 의원들이 비공개로 기업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강 정책위의장이 최근 출총제 폐지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변화의 흐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계는 여당의 변화 움직임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이승철(李承哲) 전경련 상무는 “이번 세미나는 정치인과 기업인의 인식차를 좁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여당 의원들이 기업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입법 활동에 반영할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재계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당의 움직임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제계의 환심을 사려는 일종의 제스처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정 의장 체제 출범 이후 열린우리당 안에서 상대적으로 ‘실용 세력’이 힘을 얻으면서 강 정책위의장을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당내 반발에 부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여당 내에 기업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고 규제 완화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며 “여당의 정책 기조가 쉽게 변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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