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라는 상품이 대량으로 선보인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분당에 줄지어 들어선 모델하우스를 구경하기 위해 수만 명이 몰려들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이때만 해도 모델하우스의 모형만 갖춘 욕실에서 실제 용변을 보는 사람이 적지 않을 정도로 일반인에게 아파트나 모델하우스는 익숙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2006년 3월 수도권 2기 신도시인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들어설 아파트의 사이버 모델하우스가 선보인다. 청약자들은 인터넷 동영상만 보고 아파트를 고르게 됐다. 정부가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실제 모델하우스는 당첨 후에 볼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달라진 모델하우스만큼 신도시 아파트도 많이 변했다.
2기 신도시 아파트에는 참살이(웰빙) 열풍, 디지털 기술 발전, 주거문화 변화 등이 아파트 내부 공간은 물론 단지 조경과 부대시설에 반영됐다. 1기 신도시가 주택의 양적 공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2기 신도시는 주거의 질을 높이는 데 신경을 쓴 모습이다.
![]() |
○ 방을 거실로 바꿀 수도
1기 신도시 30평형대 아파트는 안방과 거실만 발코니 전면에 배치된 정사각형 모양이었다. 아파트 동(棟) 모양도 성냥갑 형태의 일자형이 대부분이었다.
판교 30평형대 아파트는 주거문화가 온돌식에서 입식으로 바뀌면서 안방 크기가 줄어들었다. 입주자 취향에 따라 내부 공간을 바꿀 수도 있다. 가변형 벽체가 도입돼 방을 거실로 확장할 수 있다. 1, 2인 가족이 늘면서 방 대신 거실을 넓게 쓰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GS건설 주택설계팀 이형건 과장은 “1990년대엔 짓기만 하면 무조건 팔렸기 때문에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술이 덜 발달했다”며 “지금은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추기 위해 공간 활용 경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실, 침실, 주방이 모두 발코니 전면에 배치되는 단지도 많다. 집을 가로로 길게 설계하거나 주상복합건물처럼 타워형으로 동을 짓는다. 조망권이 집값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해지면서 이런 설계가 많아졌다.
○유비쿼터스 주택에 한 걸음 더
홈네트워크 전문회사인 맥서러씨 김현진 사장은 “1기 신도시는 비디오폰과 방범 및 방재 시스템이 구축된 홈오토메이션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단지 전체가 네트워크로 묶이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판교 아파트는 정보통신 특등급을 받아 기본적인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갖추었다.
입주자들은 집 밖에서 휴대전화로 가스를 차단하고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외부에서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난방이나 조명 등을 원격 제어할 수 있으며 일부 설비는 음성인식 제어도 가능하다.
건영의 양흥모 차장은 “단지 내 방송이나 유인물을 통해 알리던 공지사항, 관리비 고지서도 집안 내 모니터나 입주자 휴대전화로 전달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과 산을 단지 안으로
단지 조경과 부대시설에도 건강을 배려한 공간이 크게 늘어났다.
분양 아파트 모두 친환경 예비인증을 받아 친환경 자재를 사용한다. 임대아파트 단지도 지상에 주차장을 없애고 공원이 들어서며 조깅 트랙, 피트니스센터, 실내 골프연습장이 설치된다.
분당이나 고양시 일산신도시에서는 단지 근처 호수나 공원을 내다보기만 했지만 판교에서는 신도시를 가로지르는 운중천 물을 끌어들여 단지 안에 계곡이나 수생 식물원을 꾸미는 곳이 많다. 인근 공원과 산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만들거나 허브 공원, 야생초 화원 등 테마 정원을 조성하는 곳도 있다.
이웃과 함께하는 공간도 늘린다. 단지 내에 멀티미디어실, 주민연회장, 독서실 등이 들어선다.
대방건설 이승우 부장은 “단지 내에 주민들과 자주 접촉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갖춰지면 이웃과의 단절로 느끼는 소외감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