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감성의…감성에 의한…감성을 위한… 영화야, CF야?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어느 날 문득 새로운 길이 궁금해졌다.’(한석규)

‘세상은… 가 보지 않고선 알 수 없는 거야.’(김주혁)

포스터 속 두 남자는 서로 차창 밖을 바라보며 뭔가를 기대하고 있다. ‘동행’이라는 제목 옆에는 ‘진실을 찾아가는 두 남자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다.

최근 길거리 벽에 붙은 한 장의 포스터가 온·오프라인에서 화제다. 개봉 날짜가 적혀 있는 것도 아니지만 “영화 ‘동행’ 개봉일 언제예요?” “감독이 누구죠?”라는 질문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LG텔레콤이 자사 기업 광고를 영화 포스터 형식으로 만든 것일 뿐이다. 사실을 알게 된 사람들이 어이없어 할 것 같지만 뜻밖의 반응이 적지 않다. “아예 영화로 만들어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적잖은 것.

○ 이야기가 있는 광고

지난달 20일부터 방영되고 있는 신차 ‘로체’ 광고는 TV 방영은 30초지만 총 제작시간은 11분인 블록버스터급 광고. 아예 ‘아이덴티티’라는 제목이 있을 정도로 광고인지 영화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

호주 브리즈번에서 10일간 촬영된 이 광고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운전사 ‘코드명 L’이 금발의 여성과 함께 로체를 타고 추격을 벌이며 서서히 기억을 되찾는다는 내용이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이 제작을 맡았고 배우 김주혁이 주인공 L로 출연한다는 사실이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다.

기아자동차 광고팀 김동일(42) 차장은 “최근 영상세대가 좋아하는 광고는 ‘감성광고’”라며 “자동차 성능을 일일이 설명하기보다는 긴장감 넘치는 추격 장면 등을 감각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서 영화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광고인지 영화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이런 형태는 ‘애드무비(AD movie)’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해외에서는 2002년 우위썬(吳宇森) 감독이 BMW 광고를 제작해 화제를 모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서 경찰에 쫓기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헤라 화장품 광고가 인기를 얻었다.

○ 감성시대, 감성세대를 노린 ‘애드 무비’

영화와 광고의 하이브리드로 등장한 ‘애드 무비’는 TV 방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인터넷 사이트 개설, 영화관에서의 상영, 메이킹 필름 제작 등 여러 가지 부가 이벤트로 광고 노출 기회를 확대하는 것. ‘로체’의 경우 2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CGV에서 11분짜리 완결 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LG텔레콤의 ‘동행’ 역시 두 배우의 여행을 담은 광고를 시리즈로 제작할 계획이다.

LG텔레콤 광고팀 손준우(36) 과장은 “영화와 광고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적인 광고의 경우 호기심 유발용으로 사전에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줌으로써 관심을 증폭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양대 이현우(47·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시청자들은 TV를 보다가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바꾸는 ‘광고 회피 현상’이 있어 이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스토리텔링 형식의 광고가 유행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현란한 액션이나 화면 구성에 치중하다 보면 상품 광고 본연의 기능인 ‘메시지 전달’은 약해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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