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으레 출근 행렬이 이어지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분주한 직장인들 가운데 탤런트 이혜영도 끼어 있다. 그의 출근지는 ‘주식회사 미싱도로시’ 여의도 본사.
1992년 댄스가수로 데뷔해 탤런트와 스타일리스트 등의 활동을 해 왔던 이혜영은 지난해 9월 의류브랜드 미싱도로시를 법인 등록해 정식으로 ‘사장님’이 됐다.
미싱도로시는 2004년에 인기를 끈 브랜드로 당시 이혜영은 ‘사업으로 성공했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한 의류업체에 디자인만 해 줘 번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현재 회사 직원은 10여 명. 그는 “방송을 오래 하면서 대중이 언제 울고 웃는지 본능처럼 익혔다”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게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 홈쇼핑에서 큰 인기
이달 1일 오후 1시 CJ홈쇼핑 미싱도로시 판매 방송. 이혜영이 최고경영자(CEO)로서 봄 신상품을 처음 선보이는 자리였다.
결과는? 90분에 10억 원어치가 팔렸다. 분당 1000만 원 넘게 팔린 셈이다. 수백만 원대 제품을 파는 명품 매장 한 달 매출도 10억 원을 넘기는 어렵다. 그의 옷은 평균 10만 원대.
연예인이 만들어 잘 팔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혜영은 고개를 젓는다.
“이미지 덕은 봤지만 제품이 안 좋으면 금세 소문나 오래가지 못했을 거예요.”
그가 성공비결로 꼽는 요인 중 하나는 ‘여성들의 공주 심리’.
“사람들은 왜 연예인 스타일에 열광할까요? 누구나 ‘공주’가 되고 싶은데 일상에서 그렇게 입긴 뭐하니 대리만족을 느끼는 거예요. 제 옷은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공주’로 변신해 보라는 ‘자극제’예요.”
“미칠 정도로 옷이 좋았어요. 아무 생각 없이 옷 1만 벌을 만들어 팔다 망한 적도 있어요.”
그간 몇몇 업체의 ‘러브 콜’도 받았다. 디자이너 겸 ‘얼굴마담’ 역할을 해달라는 것. 기업에 기대면 마음도 편하고 고급 호텔에서 패션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끌리기도 했다. 그러나 옷이 좋아 직접 만들고, 배우고 싶어 회사 설립을 고집했다. ‘월화수목금금금’을 옷에 투자하는 게 마냥 좋단다.
“일부러 트렌드를 살피진 않아요. 제가 입고 싶은 옷을 상상해 만드는 게 재밌거든요.”
미싱도로시의 올해 목표는 매출 300억 원. 현재 CJ홈쇼핑과 자사 인터넷쇼핑몰 ‘MD스토리넷’이 판로의 전부지만 곧 오프라인 매장도 낼 계획이다. 서울 근교에 있는 200평 규모의 국내 공장도 인수할 예정.
CEO로서 다음 목표는 뭘까.
“옷 제조 과정을 일일이 확인해 품질만큼은 자신 있게 내놓고 싶어요. 해외 진출도 노려보고 싶고요.”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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