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Design]장식 많을수록 제품가치 떨어져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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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다운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f/p 디자인’사의 공동 창업자 아네테 폰홀처 씨. 사진 제공 f/p 디자인
독일다운 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f/p 디자인’사의 공동 창업자 아네테 폰홀처 씨. 사진 제공 f/p 디자인
프랑크푸르트의 f/p 디자인 전문회사를 찾아가니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

안내를 받아 깜깜한 회의실 문을 열었다. 불을 밝히자 눈이 저절로 동그레졌다.

고풍스러운 유럽식의 방 안에 오직 새하얀 탁자와 의자뿐. 부드러운 곡선의 철제 탁자와 의자는 필요한 것만 두겠다는 ‘의지’처럼 보였다. ‘참 독일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자인 아네테 폰홀처 씨가 왔다. 블라우스에 프린트된 붉은 꽃이 단조로운 색채의 방 안에서 금방 피어날 듯했다.

f/p 디자인은 ‘독일다운 디자인’으로 정평이 났다. 디자인 전문회사 ‘프로그 디자인’ 출신인 폰홀처 씨와 프리츠 프렝클러 씨가 이 회사를 공동 창업했다. f/p라는 이름도 두 사람의 성에서 이니셜을 딴 것이다.

‘독일적인 디자인’이 무엇인지 물었다.

“기능적이고 절제된 디자인이죠. ‘정보의 홍수’ 속에 자극이 얼마나 많습니까. 사물을 만드는 것은 인간의 삶을 진전시키는 일이어야 합니다. 과연 무엇이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서 독일 디자인이 시작됩니다.”

그는 이어 “독일 경제가 좋지 않다”며 “독일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잘 알지만 지금은 돈을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2000년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수익의 75%를 해외에서 거뒀다. 이 회사의 디자이너는 독일인 8명에 일본인 2명. 전통적으로 독일 산업 디자인 분야는 남성 중심이었으나 여성 소비자 파워가 부상하면서 여성 디자이너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21세기는 기업의 생사가 디자인에 달려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터키 가구업체 ‘누루스’나 일본의 의자업체 고쿠요 등 세계의 여러 기업들이 f/p의 디자인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였다. 유럽 시장에서 저가 업체로 각인된 누루스는 f/p 디자이너들의 꼼꼼한 점검을 통해 서유럽풍의 깔끔한 디자인으로 기업 이미지를 쇄신했다. 누루스의 카탈로그에는 iF 디자인상을 받았다는 마크와 함께 ‘디자인드 바이 f/p 디자인’이라고 적혀 있다. 독일 패션 브랜드 ‘BREE’의 세계 매장 디자인도 f/p의 작품이다.

폰홀처 씨는 독일에서도 한때 재미있고 왁자지껄한 디자인이 급부상했으나 경기침체와 더불어 군더더기없는 디자인으로 트렌드가 다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에 대해 유연한 사고와 자연과의 조화 등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디자인은 장식이 지나쳐 제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장식요소를 부각시켰을 때 제품의 가치도 더불어 높아져야 합니다. 한국은 기술 우위가 있는 만큼 앞으로 문화적 품질과 국가 이미지 개선에 힘써야 합니다.”

인터뷰 끝에 깔끔한 회의실이 인상적이라고 했더니 그는 “디자이너들이 일을 마친 뒤 책상을 깨끗하게 치우는 것이 회사의 원칙”이라며 웃었다.

프랑크푸르트=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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