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선…발코니를 찾지마라?

  • 입력 2006년 3월 21일 03시 01분


29일 청약이 시작되는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아파트 당첨자 가운데 상당수는 원하지 않는데도 발코니를 개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발코니를 입주 전에 개조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도록 했기 때문이다. 기본 설계나 공간 활용도 입주 전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코니 개조가 합법화된 틈을 타 건설업체가 소비자의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코니 개조 비용은 분양가와 별개로 추가 부담해야 한다.

○발코니 개조는 선택 아닌 필수?

최근 공개된 판교 아파트 모델하우스 대부분은 바닥이 친환경 온돌마루, 강화마루 등 일반 장판보다 고급 자재로 깔려 있다. 하지만 이 바닥재는 발코니 개조를 조건으로 제공된다.

대한주택공사는 발코니를 개조하지 않으면 거실과 안방에만 친환경 온돌마루를 깔아 주고 부엌 등 나머지 공간은 비닐장판인 ‘륨 카펫’을 깐다.

한림건설도 발코니를 그냥 두면 거실 등 주요 공간 외에는 기존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PVC 장판을 깔 예정이다.

부엌의 수납공간도 마찬가지. 주공 등은 부엌에 딸린 발코니를 트지 않으면 추가 수납공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입주민이 발코니 개조 부위를 선택하기도 어렵다.

많은 건설업체가 발코니 개조 시 지방자치단체의 일괄 승인을 받아야 하는 건축법 시행령을 근거로 회사가 제안하는 모든 발코니를 개조하든지, 아니면 전부 개조하지 말든지 택일하도록 하고 있다. 거실 발코니는 놔두고 부엌에 딸린 발코니는 개조하는 식으로 입주자가 선택할 수 없다.

일부 업체는 ‘거실+안방+부엌’ ‘거실+부엌+작은방’ 식으로 발코니 개조 패키지를 선보일 계획이나, 역시 부위별로 고르기는 어렵다.

주공 임대아파트는 아예 발코니 개조형만 선보였다.

입주 후 본인이 공사를 할 수도 있지만 현격한 서비스 차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입주 전 개조를 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발코니 개조 비용은 결국 추가 분양가

평당 200만 원 안팎으로 추산되는 입주 전 발코니 개조 비용에는 개조 시 제공되는 고급 바닥재, 수납공간 설치 비용이 부분적으로 포함된다.

물론 같은 면적에 같은 조건의 집을 꾸민다면 입주 후 개별 시공보다는 싸다.

하지만 건설업체는 조금 싼 가격에 발코니 개조와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 박리다매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거꾸로 입주민들은 건설업체가 제공하는 인테리어 등을 사게 된다. 33평형 발코니 전체를 개조하려면 1600만∼2000만 원을 분양가로 더 내는 셈이다.

이에 일부 건설업체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로 인한 이익 감소를 발코니 개조를 통해 만회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판교 아파트 분양가를 건설업체들이 요구하는 것보다 평당 100만∼150만 원 적은 평당 1100만 원 수준에 맞추라는 입장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발코니 개조 부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 인테리어 적용 범위와 개조 비용을 놓고 입주민과 분쟁이 일 게 뻔하다”며 “일괄 개조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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