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 신뢰 쌓이면 실적도 쑥쑥
자산운용업은 고객의 신뢰가 중요한 업종이다. 고객에게 얼마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가는 곧 그 회사의 실적과 직결된다.
그러나 이종원 사장은 “홍보나 마케팅은 서둘지 않겠다”고 말한다. 실력을 쌓고 성과를 올려 그를 바탕으로 회사를 알리는 것은 좋다. 하지만 실력이나 성과보다 과장해서 회사를 포장할 생각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증권가에서는 신영투신운용에 대해 “운용은 잘하지만 마케팅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한다.
펀드를 주로 파는 모회사 신영증권은 영업점이 24개밖에 안 된다. 국민은행 등 일부 대형은행에서 신영투신의 펀드를 팔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판촉하지는 않는다. 펀드 수수료가 1.5% 안팎으로 낮아 펀드를 팔아도 은행에 떨어지는 몫이 적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마케팅이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가 미래에셋그룹만큼 마케팅을 잘하지는 못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우리만의 경영철학이 있다”고 강조한다.
“증권사는 유통업에 가깝습니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어느 회사를 이용하건 큰 차이가 없지요. 따라서 회사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알리는지가 성장의 열쇠입니다. 하지만 자산운용업은 실제 돈을 굴려 부가가치를 만든다는 점에서 유통업이 아니라 제조업에 가깝습니다. 제조회사에 제일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 아니라 우수한 생산능력입니다.”
과거 ‘투신 3사’로 불리던 주요 투신사들이 운용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케팅에 치중하다 결국 부실 금융사로 전락한 사례를 기억하라는 것.
이 사장은 “좋은 성과를 내면 자연히 고객의 신뢰가 쌓이고 돈도 모인다”며 “당분간 우수한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고수익보다 저위험 중시하죠”
신영투신은 여러 스타일의 펀드를 운용하는 ‘종합’ 자산운용사라기보다 가치투자만을 전문으로 하는 ‘가치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에 가깝다.
이 회사의 주식운용 책임자인 허남권 이사는 한국증권 이채원 상무, 가치투자자문 박정구 사장, CSFB 이서구 상무 등과 함께 증권가에서 ‘가치투자 4인방’으로 불린다. 그리고 허 이사는 10년 가까이 신영투신에서 가치투자 철학을 지키며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신영투신의 가치투자 철학은 회사의 제1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는 철저히 저(低)위험 중(中)수익을 추구합니다. 이는 모회사인 신영증권의 경영철학이기도 해요. ‘저위험 중수익을 위한 가치투자’ 철학은 절대 바뀌지 않을 신영투신의 큰 원칙입니다.”
그는 “자산운용의 핵심은 어떻게 하면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잃지 않느냐에 있다”면서 “큰 회사가 아니라 고객들이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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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밸류고배당펀드와 신영마라톤펀드가 간판. 밸류고배당펀드는 원래 ‘비과세고배당펀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됐으나 지난해 비과세 혜택이 없어지면서 이름만 바뀌었다. 고배당펀드가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에 비해 마라톤펀드는 배당수익률과 상관없이 철저히 저평가된 종목에만 투자한다. 두 펀드 모두 종목 평균 보유기간이 3년이 넘을 정도로 장기투자를 지향한다. 자녀를 위한 적립식 펀드 ‘신영 주니어 경제박사’도 주요 상품 가운데 하나.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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