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따라 외환은행 인수전은 국민은행과 하나금융지주의 2파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DBS, 사실상 탈락?
금감위 박대동 감독정책1국장은 21일 브리핑에서 “실무 차원에서 DBS의 대주주 적격성을 검토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DBS가 국내에서 은행업을 할 수 없는 ‘비(非)금융 주력자’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 은행법상 비금융 주력자는 원칙적으로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DBS의 최대 주주는 28%의 지분을 보유한 싱가포르 투자펀드 테마섹. 테마섹은 2004년 하나은행 지분을 취득할 때 금감위로부터 비금융 주력자로 판정받은 바 있다.
박 국장은 “만약 DBS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초과 지분 취득 승인을 신청하면 공식적으로는 그때부터 검토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DBS 서울지점 방효진 대표는 “테마섹은 DBS의 대주주이긴 하지만 경영에는 간여하지 않는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외환은행 최대 주주인 론스타와의 협상과 금감위 설득 작업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 금감위는 국민은행 편?
박 국장은 국민은행의 최대 약점인 외환은행 인수 시 독과점 논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판단할 문제이지만 일단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한껏 고무됐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지만 분위기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하나금융지주는 박 국장의 독과점 발언이 ‘월권 행위’라며 반발했다.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과 윤교중 사장은 20일 윤증현 금감위원장을 면담하는 등 외환은행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정위도 “기업결합에 따른 독과점 여부 심사는 공정위 업무인데 금감위가 독과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 금감위의 DBS 배제, 속셈 있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기도 전에 금감위가 DBS의 대주주 적격 문제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금융계에서는 론스타의 2003년 외환은행 인수 과정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고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는 최대한 매각 일정을 늦추려 할 것”이라며 “정부의 ‘입김’이 미치지 않는 DBS보다는 국내 은행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14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수사 착수 시점은 감사원 감사 결과와 외환은행 매각 추진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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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비금융 주력자::
은행법상 비금융 자회사의 자본총액 합계가 25% 이상이거나 자산총액 합계가 2조 원 이상인 그룹 등이 해당된다. 산업 자본의 금융 지배를 막기 위해 비금융 주력자는 원칙적으로 은행업 인가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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