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도 달라졌지만 경영진의 태도도 달랐다. 최근 노사 협력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GM대우차의 얘기다.
2000년 부도가 난 대우자동차는 이듬해 1725명을 정리 해고했다.
미국 GM은 2002년 대우차를 인수하면서 “회사가 정상화돼 인력이 필요할 경우 해고된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다시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했다. 회사는 그해 300명을 시작으로 그 약속을 차례로 지켜왔고 올해 6월까지 재입사 희망자는 모두 복직하게 된다.
상대적으로 나이 많은 직원을 다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이다. 그러나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회사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복직자들은 그 이상의 몫을 하고 있다.
이전 대우차에도 있었던 한 GM대우 임원은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후에 집요할 정도로 직원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라일리 사장은 1년에 두 번 직원들에게 직접 경영현황 설명회를 연다. 공장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보니 현장을 돌면서 같은 내용을 30여 차례나 반복해야 한다.
그는 “기업의 경영자가 먼저 노조에 신뢰를 줘야 한다”며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세계 어떤 기업보다 많은 이익을 내고 있지만 노조가 자발적으로 4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일본 도요타자동차.
그 바탕에는 “경영자의 의무는 고용 보장”이라는 종신 고용 철학이 있다. 도요타 직원들은 승진과 성과급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60세 정년까지 회사를 나갈 걱정은 거의 하지 않는다.
세계 많은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는 도요타도 1949년에는 도산 위기에 몰렸다. 창업자인 도요다 기이치로 사장은 은행 융자를 받기 위해 감원을 실시한 뒤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경영자 스스로 책임지는 신뢰가 바탕이 돼 노조는 그 후 지금까지 50여 년간 파업을 하지 않았다.
도요타의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가이젠(改善)’을 계속해 세계적 경영혁신의 모델이 된 데는 이러한 인간 존중의 기업문화가 큰 몫을 했다.
미국 IBM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배경에도 종업원을 운명공동체로 여기는 문화가 있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감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한 IBM은 “성장을 했기 때문에 고용을 유지한 것이 아니라 고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종업원들과 함께 가기 위해 새로운 고객을 개척하고 신제품을 만들고 해외에 진출함으로써 회사가 성장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비즈니스 서비스 부문이 컴퓨터 부문만큼 커진 지금도 직원을 내보내기보다는 재교육한다.
한국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와 극단적 투쟁 방식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다만 경영자가 종업원을 진정한 파트너로 여기지 않으면 노사 화합은 요원하다.
사실 대리나 과장 이상으로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최고경영자가 어디 있으랴.
하지만 그 비전과 고민을 직원들과 공유하고, 회사의 성공 DNA를 만들어 나가는 책임의 70%는 역시 경영자의 몫이다.
신연수 경제부 차장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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