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콩나물의 원료인 콩은 수입품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콩의 국내 자급률(국내 생산량÷국내 소비량×100)은 7.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절반 이상(56.3%)은 미국산이다.
박 씨가 점심에 먹은 꽁치의 자급률은 45.5%, 저녁 식사로 소주와 함께 먹은 쇠고기 등심은 44.2%만 국내산이다. 꽁치는 대만(82%), 쇠고기는 호주(70.9%)에서 주로 들어온다.
주식인 쌀은 94.3%(가공용 포함)가 국산이다. 하지만 쌀도 올해부터는 자급률이 낮아진다. 다음 달부터 미국 중국 등에서 밥을 지어 먹는 쌀과 가공용 쌀이 수입되기 때문이다.
박 씨는 “국내산 식품의 비율이 이렇게 낮은 줄 몰랐다”고 했다.
세계화의 파고(波高)에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이제 한국인의 밥상에는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가 올라온다.
● 물량 기준 자급률 60%, 칼로리 기준 47%
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이 최근 발표한 ‘2004년 식품 수급표’를 보면 가장 많이 소비되는 210개 식품의 평균 자급률은 물량 기준으로 60.0%.
하루 세 끼 식사 중 한 끼를 조금 넘는 분량이 외국산인 셈이다.
칼로리를 기준으로 하면 자급률은 46.7%로 절반이 되지 않는다. 1970년 79.5%에 비하면 30%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채소, 해조류, 과일 등 칼로리가 낮은 음식의 자급률은 80∼100%인 반면 칼로리가 높은 곡물 자급률은 27.6%로 낮기 때문이다.
● 식량 자급률 갈수록 떨어져
밀의 2004년 국내 소비량은 316만 t. 빵과 국수 소비가 늘면서 쌀 소비량 472만 t의 67%에 이르렀다. 하지만 밀의 자급률은 겨우 0.4%.
옥수수(0.8%), 참기름(20.6%), 팥(18.2%)도 자급률이 매우 낮다. 국내에서 소비하는 옥수수의 68.2%는 중국산이다. 심지어 각종 산나물의 자급률도 42.8%로 절반에 못 미친다. 식탁에 자주 오르는 명태는 4.9%, 조기는 29.2%만 우리 바다에서 잡힌다. 명태는 러시아에서, 조기는 중국에서 대부분 수입된다.
식량 자급률이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농경연 최지현(崔志弦) 연구위원은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식량 자급률은 10년 안에 10%포인트 정도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10년 후 칼로리 기준 식량 자급률을 계산하면 하루에 먹는 세 끼 중 두 끼는 외국산 음식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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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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