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도 생소 ‘멀티 브랜드 숍’…스프리스 경영학 뭔가 있다

  • 입력 2006년 3월 22일 03시 22분


‘스프리스의 경영전략을 논하시오.’ 최근 대학 과제물을 사고파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런 제목의 리포트가 1500∼2500원에 팔리고 있다. 경영학 교수들이 스프리스의 경영전략을 분석하라는 과제를 내고 있다는 얘기다.

스프리스는 금강제화의 자회사로 1996년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모아 파는 ‘멀티 브랜드 숍’ 개념을 국내 처음 도입해 개장한 스포츠용품 판매업체다. 로열티를 주고 해외 브랜드를 수입해 국내에서 생산 판매한다.

경영학도들이 스프리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감성을 판다’

스프리스 김세재(56) 사장은 국제상사(프로스펙스), 삼나스포츠(나이키) 등 스포츠용품 회사에서 일하면서 ‘패션 스포츠의류를 만들자’, ‘한곳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판매하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생소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고 한다.

금강제화 김성환 회장이 1995년 그를 스카우트해 이듬해 스프리스를 맡기면서 그의 꿈은 이뤄지기 시작했다.

김 사장은 설립 초기부터 ‘스프리스는 제품이 아닌 감성과 문화를 파는’ 조직으로 가꿔 나갔다. 신발 의류는 잘 몰라도 청소년의 정서와 마인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케팅 전문가들로 직원들을 구성했다.

소년소녀가장에게 신발과 의류, 장학금을 전달하고, 학교에는 ‘스프리스’ 로고가 찍힌 농구대를 기증했다. 또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 캠페인, 탈북난민 돕기 서명운동 등을 벌이면서 청소년과 함께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갔다.

○‘모기업을 바꾸다’

스프리스의 문화 마케팅이 처음부터 주효한 것은 아니었다.

출범 첫해인 1996년에 매출 27억4200만 원에 11억5300만 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2년간 실적이 좋지 않았다. 그룹 내 시선이 고울 리 없었다.

1998년 여름에는 스프리스 사업을 접자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문화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멀티 브랜드 숍 개념이 청소년층으로 파고들면서 199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이후부터는 탄탄대로.

수시로 변하는 청소년들의 취향을 따라잡기 위해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과 공급망관리(SCM) 등 경영기법을 도입해 큰 성과를 거뒀다.

판매 제품의 종류와 수량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적정 재고를 유지하면서 판매비용을 절감했다. 트렌드에 앞서는 신제품 개발에도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모기업인 금강제화는 스프리스 성공을 발판으로 ‘스프리스 따라하기’를 시작했다. 1954년 창사 이후 고집해 온 ‘자체 생산’ 방식을 접고, 2000년부터 랜드로바 등 일부 제품을 위탁 생산하고 있다. 경영 전산화 작업도 현재 진행 중이다.

○‘스프리스의 실험은 진행형’

최근 스프리스의 수입 스포츠 브랜드 중 하나인 미국의 컨버스사가 로열티 500% 인상을 요구해 오자 스프리스는 두 말 않고 계약을 끊었다.

“컨버스는 잘 팔리는 브랜드여서 값을 조금 올리면 로열티 이상 벌 수 있다는 생각도 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스프리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사장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도 스프리스의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라며 “20대 이후 ‘나이 든’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새로운 개념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 중”이라고 귀띔했다.

‘고객층 확대’를 위해 그가 구상하고 있는 실험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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