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월마트와 프랑스계 까르푸는 세계 유통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거대 유통그룹이지만 한국에서는 토종 할인점에 밀려 4위권 밑으로 처져 있다.
그나마 영국 최대 유통업체 테스코가 투자한 삼성테스코 홈플러스가 백화점식 매장 구성 등 ‘한국형 할인점’을 표방하면서 업계 2위로 선전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까르푸는 아예 매장을 팔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까르푸는 노조가 26일부터 파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안팎으로 고생하고 있다.
○한국화 못하면 성공 못한다
세계시장을 주무르는 거대 외국계 할인점들이 국내에서 밀리는 원인은 한국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월마트와 까르푸는 ‘최소한의 직원과 서비스로 비용을 줄이는 대신 많은 물건을 싼 가격으로 공급한다’는 경영 전략을 한국시장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할인점에서도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가족과 함께 쇼핑과 식사, 오락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원 스톱 서비스’를 찾았다.
외국계 할인점의 상품 배치에도 문제가 많았다. 신세계이마트는 외국계 할인점이 국내 공략을 시작하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상품설치대 높이를 한국인 체형에 맞춰 135∼165cm로 낮추고, 신선식품을 매장 입구에 배치했다. 국내 소비자 입맛에 맞춘 것.
이에 반해 외국계 할인점들은 전 세계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대로 2m 높이의 상품설치대를 그대로 썼고 신선식품은 계산대 앞에 설치했다.
○외국계는 중국 인도에 다걸기 전략
외국계가 한국에서 점포 확장에 소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중국과 인도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하면서 이들 지역에 투자 여력을 집중하려는 전략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중국시장에서 1위인 까르푸는 올해 20개 매장을 추가로 열기로 하는 등 공격적인 점포 확장 계획을 세웠다.
월마트는 2004년 이후 한국에서 추가로 점포를 내고 있지 않지만, 중국에서는 1996년 진출 이후 매년 점포를 늘려 2월 말 현재 점포가 56곳에 이른다. 올해에만 20곳 정도를 더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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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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