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재록씨 로비 증거 상당수 확보한듯

  • 입력 2006년 3월 27일 04시 41분


거물 ‘금융 브로커’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회장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의 사업과 관련해 거액을 받아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김 씨 수사가 정관계 로비 수사로 급진전되고 있다.

▽왜 로비를 하려고 했을까=검찰은 김 씨가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에서 로비 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로비 가능성이 있는 사안은 현대·기아차그룹이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 옆에 새로 짓고 있는 지하 3층, 지상 21층 규모의 쌍둥이빌딩이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를 신축할 당시 건축 인허가를 받기 어려웠다는 소문이 있었다.

또 다른 가능성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전 INI스틸)이 올해 1월 용광로(고로·高爐)사업 진출권을 따내 충남 당진군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인 사안이다. 현대제철의 용광로사업 진출은 고 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77년부터 추진했던 현대차그룹의 30년 숙원 사업이다.

▽어디까지 수사하나=채동욱(蔡東旭) 대검 수사기획관은 26일 브리핑에서 “현대차그룹에 대한 수사는 김 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의 한 ‘지류(支流)’”라며 “기업 전반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기업 비리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기보다는 김 씨의 정관계 로비에 국한해 정밀한 외과수술을 하듯 수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진원인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 등을 압수한 만큼 앞으로 기업 비자금 조성과 분식회계 등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공적자금 수사에서 김 씨 로비 의혹 포착=지난해 말 활동을 끝낸 대검 중앙수사부 산하 공적자금비리 합동수사반은 김 씨가 부실기업 인수와 금융기관 대출 알선 과정에 개입해 돈을 받고 금융당국과 금융기관 고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다는 첩보를 2년 전쯤 입수한 뒤 은밀하게 내사해 왔다.

검찰은 부실기업 인수와 관련해 김 씨가 청탁과 함께 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하고 올 1월 10일 김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 씨를 조사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김 씨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김 씨를 귀가시켰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를 귀가시킨 것은 내사를 더 진행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당시 검찰이 ‘작전상’ 김 씨를 풀어 준 것으로 보기도 한다. 김 씨를 일단 안심시켜 수사에 필요한 협조를 받기 위한 것이었다는 분석이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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