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27일 현재 편의점에서 가능한 일상생활이다.
편의점을 축으로 웬만한 소비생활이 가능해진 것은 편의점이 전국 각지에 들어서고 판매 품목이 다양해진 데다 택배나 전화요금 납부 등 제휴 관계를 넓혔기 때문이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전국 편의점 점포는 9085개. 올해 말이면 1만500개로 1만 개 선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판매 상품은 평균 1500개, 품목은 생활필수품 외에 보험 택배 등 무형의 서비스상품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17년 만에 점포 1만 개 돌파
국내 편의점의 효시는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들어선 세븐일레븐 1호점.
롯데그룹이 일본의 선진 유통업태인 편의점을 한국에 처음 도입한 것이다.
이후 GS, 보광 등 대기업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편의점 사업은 1990년대 중반까지 빠르게 성장한다. 1989년 7개에 불과하던 점포는 4년 만인 1993년 1000개를 넘어섰다.
매출액도 1989년 14억 원에서 이듬해 100억 원대로 늘어난 뒤 8년 만인 1997년 1조 원을 돌파했다.
2000년대 들어 편의점은 다시 한번 빠른 양적 성장세를 보인다.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명예 퇴직한 직장인들이 대거 편의점 시장으로 진입한 때문이다.
○20대 회사원이 편의점 최대 고객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은 주로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말 현재 총 8247개 편의점 가운데 36.1%가 주택가에 위치했다.
뒤를 이어 상가(22.2%), 지하철 및 철도 역세권(19.1%), 도심 사무실 주변(14.1%), 학원가(8.5%)의 순이었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전체 이용자의 40.4%, 직업별로는 회사원이 54.3%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가장 붐빈 시간대는 주중 주말 구분 없이 매일 오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이 시간대 이용 비중이 주중 22.6%, 주말 24.1%였다.
편의점 운영사업자는 30대(43.2%)와 40대(34.2%)가 주류를 이뤘다. 이들 중 45.4%는 직장에서 퇴직하고 편의점 사업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김밥부터 보험까지 원하면 다 판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편의점은 24시간 하는 동네 슈퍼마켓에 지나지 않았다. 담배, 김밥, 치약 등 생필품 등이 판매 품목의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공공요금 수납서비스, 택배서비스 등을 시작으로 디지털사진 인화서비스, 우체국 대행 서비스 등 편의서비스를 대폭 확대하면서 편의점은 ‘생활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지역 밀착형’ 유통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최근엔 보험 등 금융상품까지 팔고 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김경환 생활서비스팀장은 “40여 개 생활서비스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의 7∼10%에 이른다”며 “고객 유인 효과까지 감안하면 생활서비스 상품이야말로 편의점을 살리는 효자 상품”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히트 상품인 ‘삼각 김밥’을 비롯해 즉석 조리식품도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 편의점의 경우 즉석식품 매출 비중이 30%나 된다.
편의점들은 편의점에서만 먹을 수 있는 조리식품과 전용상품(PB)으로 고객을 끈다는 전략이다.
○업태 간 경쟁 본격화한다
유통 전문가들은 편의점의 신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S리테일은 올해 1만 개를 돌파한 뒤 2010년까지 1만5000개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은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한국보다 인구가 2.5배 정도 많은 일본이 지난해 말 현재 4만2953개 점포에서 7조5958억 엔(약 75조 958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해 추정한 것이다.
숭실대 안승호(경영학부) 교수도 “편의점은 할인점과 경쟁하지 않는 업태인 데다 할인점에 밀려 사라지고 있는 슈퍼마켓과 구멍가게의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며 당분간 편의점 점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편의점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편의점형 약국인 드러그스토어가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상권 축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진혁 연구원은 “앞으로는 편의점끼리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동네마다 편의점 모양이 다르고, 카페 기능 등 놀이 공간화하고 있는 일본 편의점 사례를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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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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