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외환銀서 LG카드 인수전으로?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하나금융지주의 진로가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권에선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이후 최대의 매물로 꼽히는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하나금융지주 자체가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어느 쪽이 되더라도 앞으로 금융권 재편 과정에서 핵심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LG카드 인수전에 나서나

하나금융지주는 아직 공식적으로 LG카드 인수전에 뛰어들겠다고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부터 외환은행이나 LG카드 가운데 하나를 인수한다는 방침이 있었기 때문에 외환은행 인수전 탈락을 계기로 LG카드에 관심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만 나오고 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4일 주주총회에서 “하나금융그룹의 장기 성장을 위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게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인수전에 참여했으나 실패했다”며 “대안의 가능성도 항시 열어두고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김 회장의 발언에서 ‘대안’이 LG카드 인수를 뜻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27일 매각 공고가 나면서 막이 오른 LG카드 인수전에는 국내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우리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등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외국계 금융회사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 하나가 매물이 될 수도

하나금융지주는 1∼4대 주주가 모두 외국계 회사이다. 그만큼 지분 구조가 취약하다.

특히 1대주주인 싱가포르계 테마섹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찮다.

테마섹은 외환은행 인수전에 참여했던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대주주다.

테마섹 계열인 안젤리카인베스트먼트는 올해 2월 초 하나금융지주 주식 100만 주를 매입해 골드만삭스를 제치고 최대주주로 떠올랐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2월 최대주주로 올라선 지 불과 2개월 만이다. 안젤리카 측은 최대주주가 된 후에도 2월 말까지 추가로 70만 주를 더 매입해 지분을 늘렸다.

이와 관련해 외국계 투자회사 관계자는 “DBS가 사실은 하나금융지주에 뜻을 두고 있었다”고 전했다.

외환은행 인수전은 일종의 오픈 게임으로 다각적인 포석이 깔려 있었다는 것이다.

DBS는 이름을 한국에 알리는 것과 해외 금융자본에 대한 한국 금융 당국의 생각이나 여론을 떠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 ‘빅3’ 체제의 가능성도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초 은행업종을 전망하면서 ‘빅3’ 체제를 언급했다.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하고 우리금융과 하나은행이 합병한다는 시나리오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금융회사를 해외 자본에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상황을 두고 봐야겠지만 만약 하나금융지주가 해외 자본의 타깃이 되는 상황이 눈에 보이면 우리금융과 합병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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