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로비 파문]김재록 “난 통추멤버” 97대선 DJ캠프 참여

  • 입력 2006년 3월 28일 03시 00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7일 ‘김재록 로비 파문’과 관련해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수사 중인 가운데 이 회사의 한 직원이 서울 용산구 원효로 본사 건물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신원건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27일 ‘김재록 로비 파문’과 관련해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글로비스를 수사 중인 가운데 이 회사의 한 직원이 서울 용산구 원효로 본사 건물에서 걸어 나오고 있다. 신원건 기자
■ 金씨는 누구인가

김재록(金在錄) 씨는 ‘금융계의 마당발’로 통하지만 그의 학력과 경력은 베일에 가려 있다.

전남 영광군 출신인 그는 1977년 2월 경북 구미시 금오공고를 졸업했다. 김 씨는 평소 한국외국어대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쳤다고 주장했으나 두 곳 모두 동창회 명부에 이름이 없어 대학 이상의 학력은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그가 말한 다른 경력도 믿을 수 없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다.

○ 15대 대선 직전 DJ캠프 합류

김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합류를 거부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멤버로 참여했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러나 통추 멤버였던 김부겸(金富謙) 열린우리당 의원은 “통추와의 인연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 씨는 1996년 신한국당에 비공식 참모로 들어갔다가 15대 대선 직전인 1997년 11월 김대중(金大中) 후보 캠프에 합류해 전략기획 특보를 맡았다. 김 씨의 DJ 캠프 합류는 박상규(朴尙奎) 당시 국민회의 부총재가 경기 고양시 일산의 DJ 자택으로 데려가 천거한 데 따른 것이라고 당시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말한다.

김 씨는 DJ 당선 이후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실무기획단장을 맡았던 이헌재(李憲宰)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 구조조정 프로젝트 싹쓸이

김 씨는 DJ 정부 출범 후 청와대 근무를 희망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자 1998년 세동회계법인 고문을 맡았고 이듬해에는 컨설팅회사인 아더앤더슨코리아 부회장으로 옮겼다.

그는 세동과 아더앤더슨에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될 만큼 ‘혁혁한 실적’을 올렸다.

세동은 1998년 주요 정부기관 경영진단 수주전에서 재경부 등 주요 부처에서 일감을 따내 매출이 전년보다 2배로 급증했다는 것이 당시 함께 일한 사람들의 증언이다.

또 아더앤더슨은 정부 주도의 금융·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자동차, 하이닉스반도체, 쌍용자동차, 현대석유화학, 부실 보험사 등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M&A) 같은 굵직한 프로젝트를 대거 따냈다.

DJ정부에서 그는 젊은 나이였지만 대부분의 재경부 장관 및 금융감독위원장과 교분을 쌓을 정도로 위세가 막강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이처럼 득세할 수 있었던 이유로 ‘DJ 아들과의 친분’을 과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구조조정 업무에 깊숙이 관여했던 A 씨는 “김 씨는 사석에서 DJ 아들과 실세 정치인들의 이름을 거론하며 친분을 과시했다”며 “이것이 재경부와 금감위 관리들이 김 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인 큰 이유다”라고 말했다.

그가 아더앤더슨코리아에 근무할 때 경제부총리 출신인 진념(陳稔) 씨와 김진표(金振杓) 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재경부 장관 출신인 강봉균(康奉均) 현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 정건용(鄭健溶) 전 산업은행 총재의 자녀가 이 회사에 직원이나 인턴으로 들어갔다. DJ의 처조카인 이정택 씨와 팽동준(彭東俊) 전 예금보험공사 이사는 고문으로, 강운태(姜雲太) 전 의원은 회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 현대차와는 어떤 인연?

김 씨는 DJ 정부 말기 대통령의 아들들이 구속되면서 영향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런데 왜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김씨에게 로비를 맡겼는지도 의문이다.

재계에서는 2000년 당시 현대그룹에서 이른바 ‘왕자의 난’이 터졌을 때 김 씨가 정몽구(鄭夢九) 회장의 진영에서 현대차의 성장성과 미래 가능성 등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해 인정받은 것이 인연이 됐다고 분석한다.

아더앤더슨과 김 씨가 다음에 설립한 인베스투스글로벌은 2000∼2004년 현대차의 컨설팅 업무를 맡아 수수료로 수십억 원을 받았다. 이런 과정에서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맡게 됐고 결국 현대차그룹 수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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