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 수사의 칼날이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의 핵심, 특히 경영권 승계 문제에까지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재록은 ‘종범’?=검찰은 26일에 이어 27일에도 “이번 수사는 건축 인허가와 관련된 것이며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와는 관계가 없다”고 반복해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26일 검찰의 압수수색이 집중된 곳은 글로비스다. 글로비스의 사장과 자금팀장도 전격 체포됐다.
글로비스는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 일가가 출자해 2001년 설립된 이후 그룹 내 물류를 독점하면서 급성장한 회사다.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이 최대 주주다. 사실상 정 사장의 개인회사로 그는 이를 통해 재산 증식과 주요 계열사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비스는 지난해 설립 4년여 만에 1조5000여억 원의 매출에 79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바로 이 글로비스에서 비자금이 조성됐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로비 기획도 글로비스에서 주도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이 어떤 형태로든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번 수사는 검찰이 정 사장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그에게로 향할 가능성이 많다.
또 아더앤더슨코리아 부회장을 지낸 김 씨가 현대차그룹 경영권 승계 등에 관한 전략을 컨설팅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기업 편법 경영권 세습 제동 걸리나=대기업 수사를 많이 해온 이인규(李仁圭)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27일 자신이 2003년에 만든 대기업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내부 교육용 자료를 공개했다.
이 차장이 공개한 자료에는 공교롭게도 글로비스 사례와 일치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가 만든 대기업 총수 일가의 ‘비상장 주식’을 이용한 경영권 승계 5단계 시나리오에 따르면 모기업이 우량 비상장 계열사에 그룹 내 물량을 몰아줘 회사 가치를 높이고, 그 후 상장을 통해 생긴 차익으로 모기업 지분을 사들인다는 것이다.
2001년 설립 첫해 매출이 1985억 원이었던 글로비스는 그룹의 지원으로 지난해 매출 1조5408억 원을 올렸다. 지난해 말 상장 직후 정 사장의 주식 평가액만 1조 원에 이른다.
따라서 이번 수사는 현대차그룹 핵심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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