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현대차그룹의 비자금 조성 회사인 글로비스 이주은(李柱銀) 사장과 자금팀장 곽정윤 씨를 26일 체포해 조사했다. 또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정태환(鄭泰煥) 상무 등을 소환해 비자금 조성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가 정몽구(鄭夢九)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 등에게까지 확대될지 주목된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박영수·朴英洙)는 27일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센터 건축 인허가를 받기 위해 계열사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수십억 원을 김 씨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돈을 건교부와 서울시, 정치권 등에 대한 로비 자금으로 줬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 사옥 터에 2004년 당시 건교부 법규인 ‘도시계획시설의 결정구조 및 설치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연구시설을 지을 수 없으나 연구시설 증축이 가능하도록 이 규칙이 2004년 개정되고 이듬해 1월 1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승인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대차그룹 사옥 터는 당시 건교부 규칙에 따라 유통업무시설만 지을 수 있는 일반상업지역으로 연구시설 건축을 할 수 없었다.
건교부는 2004년 4월 서울시에 이 규칙 개정에 관한 의견을 구했으며 서울시의 동의를 받아 그해 8월 이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한달 뒤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사옥 옆의 3층짜리 별관건물을 21층 규모, 연건평 1만9500여 평으로 증축하는 안을 제출했다.
검찰은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센터 증축의 장애가 됐던 건교부 규칙 등을 바꾸기 위해 김 씨를 통해 건교부나 서울시, 정치권 등에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현대차그룹 기획총괄본부와 계열사 임원 10여 명을 출국금지했다.
비자금을 조성한 글로비스는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회사인 데다 최근 그룹이 후계 승계 구도를 염두에 두고 전폭적으로 지원한 회사여서 검찰 수사가 현대차그룹의 후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검찰은 김 씨의 825억 원 대출 알선과 관련한 금융기관 로비를 규명하기 위해 이날 우리은행 직원을 불러 대출의 적정성 등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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