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제19대 대한상의 회장 취임식 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이 사회 기여 차원에서 사회 공헌 활동을 해야 하지만 경쟁력을 해치는 수준의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발생하는 기업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요구에 대해 “FTA가 체결되면 기업의 수출이 늘어나겠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산정하기 어렵고, 또 FTA로 피해를 보는 계층에 보상하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라며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양극화 문제는 경제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문제지만 선진 경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기업이 활발히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력도 강화하는 방식으로 양극화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치단체별로 공약이 남발되면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재계 ‘사회공헌 스트레스’ 토로 “헌납 너무 강조”
27일 제19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손경식(孫京植) 회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쟁력을 해치는 수준의 사회 공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것은 최근 기업들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 준다.
실제로 각 기업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 고위 인사들이 지난해 말부터 “양극화 해소를 위해 기업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회 공헌에 나서 달라”고 지속적으로 재계에 주문해 오자 상당한 부담을 느껴 온 것이 사실이다.
대다수 기업은 사회 공헌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의해 사회 공헌 활동을 확대하거나 삼성그룹처럼 돈을 내놓을 경우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경제단체 임원은 “사회 공헌이 지나치게 강조될 경우 돈을 벌어 투자와 고용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 본연의 역할이 평가 절하되고 부수적 측면만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반(反)기업 정서와 자유시장경제 질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임원도 “최근 2, 3년간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그동안 적지 않은 돈을 사회 공헌 활동에 투자해 왔다”며 “정부와 여당이 자꾸 기업의 책임을 강조할 경우 기업이 등 떠밀려 봉사에 나서는 것으로 비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익을 보는 기업이 피해를 보는 계층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FTA 체결에 따라 발생하는 이익을 산정하기 어렵다”며 여권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영배(金榮培)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도 “국내 수출기업이 FTA 체결로 관세 혜택을 입어 수출이 늘어나더라도 수출 증가분의 80% 이상은 세금, 부품 구매비, 임금 등 각종 비용으로 지출돼 결국 국민 전체가 이익을 보게 된다”며 “피해 계층만을 별도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중앙대 경제학과 홍기택(洪起澤) 교수는 “이론적으로는 FTA 체결의 수혜 계층과 피해 계층을 구분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대상과 규모를 구분하기 어렵다”며 “기업 수출이 늘면 고용이 늘고 세금과 배당도 늘어 국가 전체에 기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영선(朴映宣) 열린우리당 의원은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도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국내 기업의 사회 공헌 활동도 단계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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