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에 경영권을 넘기는 것에 반대하며 정밀실사를 거부하고 있는 외환은행 노조원들은 주총장에서 ‘×’의 마스크를 쓴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 원로들, “헐값 매각 의혹 철저히 수사하라”
사단법인 ‘양극화 해소와 사람 중심 사회를 위한 희망포럼’(상임의장 박상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희망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정부 고위 관료와 외국 투기자본이 결탁한 명백한 불법 거래이기 때문에 원천 무효라며 현재 진행되는 매각 절차도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서에는 이세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손봉호 동덕여대 총장, 이종훈 덕성여대 이사장,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함세웅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36명이 서명했다.
이형모 운영위원장은 “외환은행의 경영권을 자격 미달인 외국 투기자본에 헐값으로 넘긴 정부 고위 관료들의 불법 행위는 국민에게 심한 분노와 좌절감을 안겨 주고 있다”며 “금융감독위원회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검찰, 금융감독기관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론스타의 의도대로 매각이 진행된다면 국민과 함께 진상 규명을 위한 대대적인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 얼룩진 외환은행 주주총회
‘론스타의 외환은행’이 연 마지막 주총은 배당을 둘러싼 주주 간 갈등으로 얼룩졌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정기 주총은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올린 2005년을 자축하는 분위기에서 시작됐지만 소액주주들이 경영진과 최대주주에 대한 불만을 쏟아 내면서 확 달라졌다.
배당금 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한 푼도 배당하지 않기로 한 외환은행 이사회의 결정에 소액주주들이 맞섰다.
지분 13.87%를 갖고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을 대표한 김정준 이사는 “외환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누적 결손금을 보전하고도 9500억 원의 이익을 배당할 수 있다”며 “다른 시중은행 수준인 10%의 배당금 지급을 요구한다”며 수정 결의안을 제출했다. 지분 6.12%를 가진 한국은행의 이창기 대리인도 “7∼8년 동안 감자(減資)도 참고 견딘 소액주주를 위해 배당하면 시장의 신뢰로 주가도 높아질 것”이라고 거들었다.
노조원의 지분을 위임 받아 주총에 참석한 김주영 변호사는 “최대주주인 론스타는 배당을 하면 배당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고 외환은행 매각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배당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 이사회 의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수정 결의안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소액주주들의 패배였다. 론스타가 50.53%의 지분을 갖고 있어 이길 가능성이 없는 싸움이었다. 이날 주총은 때때로 소액주주들이 고성을 지르며 진통을 거듭한 끝에 시작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경 끝났다.
○ 노조원 “매각 반대”… 국민은행 실사 차질
외환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27일부터 실사를 벌일 예정이었던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노조원들의 거부로 은행 직원에 대한 인터뷰나 현장 실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노조의 명분은 국민은행이 외환은행을 합병하면 독과점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경쟁 은행에 영업 기밀을 내줄 수 없다는 것.
한때 국민은행과 경쟁했던 싱가포르개발은행(DBS) 등과는 달리 합병 시 인위적인 인력 감축의 우려가 있다는 게 실사를 거부하는 속내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에 따라 사전에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받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정경준 기자 news91@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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