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님 한말씀]“강남집만 고집말고 10년뒤를 살피세요”

  • 입력 2006년 3월 30일 03시 03분


《요즘은 부동산을 투자 대상이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부동산 매매로 꼭 돈을 벌 생각이 없더라도 무거운 세금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집을 사려니 팔 때 가격이 걱정이고, 포기하려니 내 집 마련의 꿈이 물 건너갈 것 같다. 집 한 채를 사려면 전 재산에다 빚까지 얹어야 하는 형편인 서민들은 고민스럽기 그지없다. 진퇴양난에 빠진 서민들에게 대한투자증권 박남규(상무) 부동산사업본부장은 ‘발상의 전환’을 권했다.》

○ 도심 중소형과 교외로 눈을 돌려라

그는 우선 서울 강남 아파트의 불패(不敗) 신화가 언제까지나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 시점에서 서울 강남과 목동 등의 중대형 아파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른 어느 곳보다 살기에 편리하고 환경이 좋으니 자연스럽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것이죠. 그러나 10년 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대상을 고르는 안목이다.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씨는 “부동산 투자의 제1원칙은 위치 선정, 제2원칙과 제3원칙도 위치 선정”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이 여기에 더해 강조하는 것은 몇 년 후의 시장 상황을 예측하는 통찰력이다. 당장 좋은 투자처를 고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가치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강남에 대형 아파트를 사서 들어간다면 당장은 뿌듯하겠죠. 그렇지만 평생 그 자리에 눌러 살 생각이 아니라면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노년을 맞이하기 전에 팔고 나가야 할 텐데 그때도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요.”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인구 증가율이 빠르게 떨어지는 동시에 평균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의 큰 흐름을 돌릴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변수”라고 말했다.

싱글족이 크게 증가하고 자녀를 2명 이상 둔 가족이 줄어드는 현상이 짤막한 유행은 아니라는 것. 10∼20년 후에 교육 등 우수한 환경이 유지되더라도 지금의 강남 대형 아파트 매물을 받아 줄 수요는 줄어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도심 교통 요지의 중소형 아파트에 대한 임대와 판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겁니다. 부유층 수요는 갈수록 지금보다 더 크고 고급스러운 주택을 찾게 되겠죠. 이런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중간한 매물은 서리를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박 본부장은 여가와 노후를 위해 서울 인근 경치가 좋은 곳에 주택을 마련하려는 수요도 계속 늘 것이라고 덧붙였다.

○ 해외 부동산 펀드에 분산 투자하라

그가 제시한 부동산 투자의 또 다른 대안은 해외에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부동산 펀드를 팔아 2조 원가량을 모았습니다. 세계 부동산 자본이 중국 인도 등 아시아로 몰리고 있는 추세입니다.”

개인투자자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는 방법은 부동산 펀드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의 주택 개발에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했다.

“주식과 채권에 분산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주가나 금리의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부동산 또한 분산 투자의 좋은 대상입니다. 지금 해외 부동산 펀드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느냐 안 넣느냐에 따라 5년 뒤의 자산이 크게 달라질 겁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박남규 본부장은…

△1957년생 △1981년 서울대 불어불문학과 졸업 △1989년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석사(MBA), 미국 공인회계사(AICPA) △1991년 미국 벤틀리대 세무학 석사 △2001∼2002년 주은부동산신탁(현 KB부동산신탁) 리츠사업본부장 △2003∼2005년 하나은행 부동산금융본부장 △2005년∼현재 대한투자증권 부동산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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