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에 쏟아지는 각 건설회사의 아파트 홍보책자와 인터넷 자료를 보면 ‘베이(bay)’라는 용어가 별 설명 없이 일반적으로 등장한다. 그만큼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말인데, 무슨 뜻일까?
○베이 수가 많을수록 채광이 잘된다
원래 베이는 건축 용어에서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뜻한다.
이것이 부동산 시장에서는 발코니 쪽에 접한 거실과 방 등의 개수를 뜻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베이 수와 발코니 개수가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부엌에 딸린 발코니는 거실과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베이 수=발코니 수’는 정확한 개념은 아니다.
거실에 접한 발코니 양 옆으로 안방과 작은방이 각각 1개씩 배치되면 3베이, 40평형의 경우 작은방 옆에 또 다른 방이 거실 발코니와 같은 방향으로 배치하면 4베이가 된다. 최근에는 거실 공간에 부엌을 나란히 배치하는 5베이도 설계되고 있다.
‘다(多) 베이’ 설계의 장점은 거실 발코니에 주로 의존했던 채광량이 베이 수만큼 늘어난다는 점. 30평형대 아파트를 4베이 이상으로 지을 경우 기존 아파트보다 채광량이 50%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베이 수를 늘리면 제한된 공간을 더 많이 쪼개는 과정에서 추가 공사비가 들어 분양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판교 아파트의 베이 설계 특징
발코니 개조 합법화 이후 처음 선보이는 대단지인 만큼 판교 아파트는 ‘다 베이 및 발코니 개조’의 시험장을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33평형은 4베이 이상으로 설계되었고, 한 방에 두 개의 발코니가 배치된 아파트도 있다.
풍성주택은 분양하는 1147채 중 360채(33평형)를 ‘방(1·안방)+거실+방(2)+방(3)+부엌’이 나란히 붙어 배치되는 5베이로 설계했다. 발코니 면적이 14평이나 되고 모두 개조하면 전체 주거공간은 40평에 육박한다.
건영은 33평형 222채 중 74채의 침실 발코니를 방 전면과 측면에 2개 배치했다.
대한주택공사의 33평형 아파트는 4베이 4.5베이 5베이 등 다양하다. 주공 5베이 아파트는 거실과 부엌이 나란히 붙어 있고 가운데 병풍 모양의 여닫이문을 설치해 두 공간을 구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아파트에는 발코니 중 일부가 거실 쪽으로 돌출된 ‘포켓 발코니’를 선보인다.
모아건설은 33평형을 3.5베이로 설계하고, 부부 침실은 전·후면에 발코니를 배치했다. 전면 발코니는 부부의 독립 공간으로, 후면은 개조해 서재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일부 민간 임대아파트도 10년 후 분양 전환할 것에 대비해 발코니 개조형 설계를 선보인다. 계약자가 원할 경우 입주 전 개조 시공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주공의 임대아파트는 모두 입주 전 발코니 개조를 전제로 설계됐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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