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현모(35) 씨의 하소연이다.
현 씨는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구 개포동 10평형대 주공아파트를 사려고 애썼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계약을 앞두고 집주인들이 하나같이 계약을 취소해 버린 것.
취소하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휴대전화를 꺼버리고 계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도 있었고, 계약금을 치른 바로 다음날 2배로 물어주고 계약을 파기한 집주인도 있었다.
서울 강남 중개업자들은 “사겠다는 사람은 이어지고 있지만 집을 내놓는 사람이 없다 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양도소득세 때문에 집을 안 팔고, 재건축 조합원 지분 전매 금지 때문에 집을 못 파는 상황이라는 것. 이러다 보니 개포주공 아파트는 한 달 새 집값이 1억 원 이상씩 뛰고 있다.
양천구 목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최근 두 달 새 2억∼3억 원씩 올랐다.
올해도 자녀 학군 등 교육 문제로 목동으로 이주하는 수요가 몰린 데다 8·31 부동산 종합대책 이후 양천구 내에서도 다주택 소유자들이 세 부담 때문에 소형 평형을 처분하고 중대형으로 갈아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목동 일대 중개업자들은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계약을 깨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계약을 깨지 못하도록 매수자들이 평소보다 계약금을 2, 3배 높여 지불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는 계약 첫날 아파트 값 전부를 일시불로 주는 일도 생겼다. 목동신시가지 아파트 27평형이 6억9000만 원에 매물로 나온 첫날 매수자가 아파트 가격 전액을 집주인 통장에 입금시킨 것. 인근 주민들은 “목동 아파트를 사려면 ‘목돈’을 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이 매물은 없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비정상적인 시장을 만들었다”며 “공급을 늘리고 매물이 나올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임수 경제부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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