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브랜드 달라도 魂만은 ‘Made in Korea’

  • 입력 2006년 3월 31일 03시 01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요즘 전 세계를 전장으로 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해외 현지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나 GM대우자동차가 수출에 사운을 걸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진은 시보레 브랜드로 미국에 수출되는 GM대우차 부평공장 칼로스 생산 라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 자동차 업계는 요즘 전 세계를 전장으로 한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해외 현지 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나 GM대우자동차가 수출에 사운을 걸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사진은 시보레 브랜드로 미국에 수출되는 GM대우차 부평공장 칼로스 생산 라인.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제 내수 시장과 수출 시장의 구분이 무의미하다. 누가 어디에서 만들었느냐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이미 세계가 하나의 경쟁 무대가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나 ‘메이드 인 저팬’ 같은 생산지가 아니라 ‘현대자동차’ 또는 ‘도요타’ 같은 브랜드의 차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체들은 저마다 북미, 유럽, 중국 등 규모가 큰 시장에 생산 거점을 세우고 치열한 판매전을 벌이고 있다. 수출도 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비롯한 한국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 해외로, 해외로…생산 거점을 늘려라

기아자동차는 최근 미국 조지아 주 웨스트포인트 시(市)에 미국 공장을 세우고 2009년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모두 12억 달러(약 1조2000억 원)가 들어가는 공장 건설을 위해 정의선 기아차 사장과 소니 퍼듀 조지아 주지사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도 최근 체코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역시 생산량은 30만 대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현대·기아차 그룹은 중국에 2곳(현대차 베이징, 기아차 옌청), 미국(현대차 앨라배마), 인도(현대차 첸나이), 터키(현대차 이즈미트)에 1곳씩 5군데의 해외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까지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기아차 공장이 완공되고, 내년에는 현대차 광저우 공장이 가동한다.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미국 공장을 포함하면 앞으로 5년 이내에 9군데의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된다.

○ 현대-기아차 2011년 309만 대로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의 해외 생산 능력은 연간 139만 대. 이를 앞으로 5년 뒤인 2011년까지 309만 대 수준으로 2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 이 그룹의 계획이다.

기아차는 현재 연 13만 대 수준인 옌청 공장의 생산능력을 내년 말까지 30만 대로 늘릴 예정이다. 현대차도 지난해 25만 대를 생산한 인도 첸나이 공장과 10만 대를 생산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량을 각각 28만 대와 30만 대로 늘린다.

지난해 현대·기아차그룹의 생산량은 354만4000대. 이 가운데 해외 생산은 74만4000대로 전체의 약 21%였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지난해 해외 생산 비중은 47%, 일본 도요타는 37%였다. 현대·기아차그룹의 해외 공장 건설이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2011년 해외 생산 비중이 약 50%까지 올라가게 된다.

해외 생산 비중 확대는 현지의 싼 노동력을 활용하고 환율 변동 부담과 수출 장벽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 르노삼성도 수출기업 탈바꿈

GM대우자동차와 르노삼성자동차는 현대·기아차그룹과는 반대의 경우다. 이들은 각각 GM과 르노그룹 본사의 해외 생산 거점이다.

GM대우차는 지난해 114만70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했다. 이 가운데 105만여 대를 수출했다. 완성차 또는 반제품 상태로 수출한 자동차가 전체 생산량의 91.5%다. 대부분 GM 브랜드로 수출한 차다.

예를 들어 준중형차인 라세티는 중국에서 뷰익 엑셀르로, 미국에서는 스즈키 포렌자로, 캐나다와 아프리카에서는 시보레 옵트라로 팔린다. 르노삼성차 역시 올해부터 SM3를 닛산 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요르단에 SM5를 수출하던 것을 제외하면 내수 판매에만 주력했던 이 회사는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수출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모두 3610대를 수출했던 르노삼성차는 올해 1월 이미 3812대를 수출해 지난해 전체 수출량을 넘어섰다.

쌍용자동차는 수출 확대를 위해 서유럽, 동유럽, 중동, 중남미, 아시아태평양, 아프리카 등 권역별로 수출 거점을 확대하고 딜러망을 재정비했다. 2004년 3만7500대였던 수출은 지난해 6만7800대로 늘었다. 올해는 8만5100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 이 회사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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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현대차 최재국 사장…현지 눈높이 생산으로 印 ‘상트로’ 성공▼

“해외 생산의 장점은 현지 소비자의 기호를 정확히 파악해 현지 실정에 맞는 ‘전략형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최재국(사진) 현대자동차 사장은 “인도에서 경차 상트로(아토스 프라임)가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차체가 높아 터번을 쓰고도 편하게 승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지 생산의 장점을 예를 들어 설명한 것.

그는 “경차 아토스를 인도 기후와 지형에 맞도록 에어컨과 경음기, 서스펜션, 브레이크 등의 내구성을 강화하고 차체를 높였다”며 “이를 기반으로 현재 인도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사장은 “국가 간 무역 장벽을 넘기 위해서라도 현지화 전략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자동차의 본고장’ 미국에 진출해 화제가 됐던 앨라배마 공장에 대해 최 사장은 “근로자의 윤리 의식이 높고 매우 성실하다”며 “현지 근로자의 청교도적 근로 의식과 효율적인 업무 매뉴얼 교육이 성공적으로 나타났다”고 만족을 표했다.

▼기아차 조남홍 사장…2010년엔 해외생산 비중 34%로 껑충▼

조남홍(사진) 기아자동차 사장은 해외 생산 거점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특히 올해 상반기 건립에 들어갈 미국 조지아 공장에 대해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 공장 설립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현지 생산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레저용차량(RV)과 승용차 모델을 주로 생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잇따른 해외 공장 건설로 2010년 기아차의 해외 생산 비중이 34%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중국과 유럽, 미국 등 핵심 시장에서 현지 거점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조 사장은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가진 디자인을 개발하고 각종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GM대우 닉 라일리 사장…美 본사의 소형차 개발 기지로 선정▼

“GM대우차의 연구개발 및 디자인 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GM대우차는 GM의 소형차 개발 기지로 선정됐습니다.”

닉 라일리(사진) GM대우자동차 사장은 회사의 소형차 개발 역량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라일리 사장은 “앞으로 전 세계 GM 계열사가 GM대우차가 개발한 소형차 라인을 이용해 신차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GM이 GM대우차의 개발 역량을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GM대우차가 미국에 수출하는 소형차 칼로스(수출명 아베오)는 미국 소형차 시장에서 18개월 연속 판매 1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해 전 세계에 모두 23만5756대의 칼로스를 수출했다”며 “이는 GM대우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 업체의 전 차종을 통틀어서도 가장 많은 수출 대수”라고 강조했다.

라일리 사장은 “GM대우는 수출이 전체 판매의 85% 이상을 차지하지만 올해는 토스카와 윈스톰으로 내수 시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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